[르포]실외 노마스크 첫날에도 집회현장은 대부분 마스크 ..."아직은 조심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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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2-09-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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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 홀가분하네요. 실내에서는 아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그래도 한결 낫습니다.”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출근 중인 직장인들. [사진=우주성 기자]

26일 아침 8시경 광화문역 2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30대 중반 정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자신의 파란색 덴탈 마스크를 팔목에 걸고 직장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이날 아침 광화문역과 종각역 인근 출근길에는 정씨 외에도 마스크를 벗어 던진 시민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정부는 9월 26일부로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실외마스크 착용을 강제한 지난해 4월 이후 약 17개월 만의 일이다. 그간 마스크 착용이 강제됐던 50인 이상의 집회와 공연, 스포츠경기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실외마스크 전면 해제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 해방감을 토로하는 가운데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마스크 미착용에 조심스러웠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도심과 집회 현장 등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26일 오전 광화문역 인근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동하는 시민들. [사진=우주성 기자]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음료 등을 판매하는 50대 김모씨는 실외마스크 전면 해제 지침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씨는 “오늘 아침이라고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이 평소보다 더 많다고 느끼지는 못하겠다. 아직까지 마스크를 벗는 데 거부감이 큰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스스로도 대면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조심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버스정류장 등 인파가 밀집되는 곳의 경우 상당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30대 여성은 “꼭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환절기니 개인 위생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 중에서도 실외마스크 전면 해제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다. 오전 8시 30분 마스크를 턱으로 내린 채 서울시의회 별관으로 향하던 한 50대 초반 남성은 “실외마스크 해제 조치는 환영하지만 사람들이 대규모로 운집하는 곳에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한 것은 이른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전면 해제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아직까지 마스크 착용이 익숙하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제 밖에서는 마스크 안 써도 되는데” “그래요?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써버렸네요” 오후 1시 무렵 여의도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는 30대로 보이는 두 남성이 카페를 나오며 이런 대화를 나눴다. 실제 40분간 카페를 나가는 손님 중 6명은 실내에서 벗고 있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고 길을 나섰다. 마스크를 쓰고 카페를 나서던 한 20대 여성은 “마스크를 벗고 외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이제 야구 관람에서도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지만 갈 기회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갈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26일 오후 여의도역 인근의 식당가로 향하는 시민들. [사진=우주성 기자]

다만 오전 출근길과 다르게 점심시간 공원과 식당가를 찾는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벗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띠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출근길 광화문에서는 직장인 20명 중 1~2명만이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었지만, 정오 무렵 여의도역 인근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산책을 하거나 식당을 나서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지 않았다. 여의도 공원과 인근 식당가를 거니는 직장인 중 20%가량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였다.
 

26일 오후 여의도 공원을 산책 중인 시민들. [사진=우주성 기자]

여의도공원에서 만난 40대 중반 직장인 김모씨는 “전면 해제 전에도 공원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은 많았다. 앞으로는 크게 부담 없이 마스크를 벗고 산책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수 인원이 밀집하는 집회 현장 역시 아직까지 실외마스크 해제 조치를 실감하기 쉽지 않았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한 결의대회 참가자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집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현장 통제를 진행 중인 경찰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약 800명의 화물연대 노조원이 참석했다.
 

26일 오후 여의도에서 집회를 준비 중인 화물연대 노조원들. [사진=우주성 기자]

그러나 평소 대형 집회에서는 불가능했던 ‘노 마스크’ 상태로 구호와 함성을 외치는 사람도 목격됐다. 집회 시작 전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노조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당사로의 행진을 준비 중이던 한 화물연대 노조원은 “아무래도 집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좋은 이슈는 아니지 않겠냐”면서 “이런 점에 유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원지부 소속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는 50대 노조원 역시 “전날까지도 집회 시 마스크를 모두 착용했다. 오늘부터 해제라지만 상당수 노조원은 잘 모른다. 다른 사람을 위해 마스크는 우선 착용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정부는 실외마스크 해제에 이어 각종 방역 정책들을 점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재유행 고비를 넘겼다는 방역당국의 판단에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코로나19 검사 의무와 함께 요양병원 등 시설의 면회, 확진자 격리 등에 대한 의무 조정에 속도를 낸다. 다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당분간 유지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실외마스크 착용에 대한 ‘권고’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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