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의 내년 실손의료보험료 인상률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보험권에선 지난해와 비슷한 평균 20% 안팎의 보험료 인상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지만 늘어나는 실손 적자세에도 금리·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요구 인상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통상 4분기에 내년 실손보험요율을 놓고 보험사들이 내부 논의에 돌입한다. 보험권은 올해도 20% 내외 인상률 적용을 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는 매년 실손 손해율이 100%를 상회해 늘어나는 적자 폭을 감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실손보험료는 평균 14%가량 인상됐지만 3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2조8600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조5000억원) 대비 적자 폭이 36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손해율도 113.1%를 기록했다. 이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 113.1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향후 10년간 112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2031년까지 실손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 손해율은 166.4%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4년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연평균 13.4%인 반면 보험금은 연평균 16.0%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대한 소수 과잉 의료 이용을 근본적 원인으로 꼽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 비급여 관리 기준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3세대 실손(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 보험료 인상 시기도 도래해 보험권의 요구 인상률이 20%를 상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상품은 출시 후 5년이 지나야 보험료 조정을 할 수 있다. 이에 그간 3세대 실손에 대한 보험료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3세대 실손 손해율은 107.5%로 전년(90.7%)대비 16.8%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지속된 금리·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당국이 보험사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칙적으로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지만 실손은 3900만명이 가입한 사실상 정책 상품이다보니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그 수준에 맞춰 업체들이 요율을 정하고 있다. 당국과 협의해 이번에도 10% 중반대에서 합의점이 도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20% 안팎의 보험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평균 인상률은 14.2% 수준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실손에 대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보험료가 적게 오르면 소비자들에게 이로워 보일 수 있겠으나 적자 폭이 커지면 실손 가입 장벽이 높아지거나 실손 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기존 30여 개에 달했던 실손 판매사가 현재는 절반가량만 남은 상태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건강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판단한 후 가입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신규 가입 제한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과잉진료를 빠르게 바로잡고 보험사들에 자율성을 부여해 상품과 보장 구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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