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대학 강연에서 "북한은 사실상 세계 4~5위의 핵 무력국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국, 미국 일본 3국 간 안보협력, 즉 남방 3각 연대의 가동도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 내에서 3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 전 총리는 이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개최한 외교안보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 기조발표 연설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 중국, 러시아 간 북방 3각 연대의 부상하고 있다"면서 "3국간 안보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의 과거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듯하나 일본은 2015년 합의 이후 경색된 양국관계 책임을 한국에 모두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로는 윤석열 정부가 의지가 있어도 국민 여론 때문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모습을 보여야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시다(岸田文雄) 내각은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도 확보하였기에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일본은 이를 위해서도 인근국들과 우호적 관계 수립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최근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잇따른 탄도 미사일 도발을 통해 대남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에 대해 "북한은 제재만으로는 북한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면서 "북한 미사일 도발 빈도는 2017년 한참 긴장이 고조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분노와 화염'과 '코피'를 말할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은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이고 담대한 구상, 즉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꿀 수 있는 구상을 만들어 북한에 마지막 제안을 해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을 일으킨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에 대해서는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한국기업에 대해 불리한 경쟁 조건을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역내 국가들이 미국의 방위 부담을 같이 떠맡으려면 동맹국들의 경제력도 튼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가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이후 대외 행보를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초청으로 지난 10일 방미했으며, 오는 14일까지 미국에 머물 예정이다. 그는 12일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국제 협력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13일에는 한국 유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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