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S&P500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가운데 2022년 4분기(10~12월) 기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6월 말 당시 예상치(9% 증가) 대비 크게 감소한 것인 동시에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이익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금융 데이터업체 팩트셋이 S&P500 상장 기업 중 97%로부터 입수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2023 회계연도 3분기(8~10월)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이익 증가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긴축 효과와 고물가 등으로 기업 실적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향후 주가 역시 실적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실적의 함수
미국증시는 지난 1달 간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다는 기대와 함께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이 더해지며 반등 추세를 이어왔다. 이에 지난 주 다우지수는 4월 21일 이후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S&P500지수는 9월 12일 이후 약 2달 반 만에 4천선 위로 올라섰다. 결국 유동성 축소 기대가 완화되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부분이 크다. 또한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0.5%포인트(p)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어 속도 조절 기대감이 한층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의 함수'라는 말도 있듯 결국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실적, 곧 이익에 달려 있다고 무방하다. 따라서 지금부터의 주가 행보는 유동성 못지 않게 펀더멘털 측면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관리업체 애스피리언트의 최고고객책임자(CCO) 샌디 브래가는 "시장은 그냥 계속 올라가고 싶어한다"면서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펀더멘털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S&P500의 주가는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 대비 17배 이상으로, 2022년 초(21배)에 비해서는 낮지만 연저점(15배 가량)보다는 높고 10년 평균치보다도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기업들의 실적 전망보다도 주가가 다소 고평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BIZ인베스트먼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의 애나 래스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들의 2023년 실적 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인 것 같다며 "만일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된다면 우리는 S&P500지수가 하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4개 분기 동안의 실적 전망에 낙관적인 프리미엄이 포함되어 있어서 주가는 여전히 비싼 상태이다"고 덧붙였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워델앤어소시에이츠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 투자 스트래티지스트인 데이비드 워델은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 이익이 감소하겠지만 하반기에는 기업들의 비용 절감으로 실적이 다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기업 경영진들이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 "결코 미국 소비자들의 반대편에 베팅하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연말 쇼핑 시즌이 하나의 방향키가 될 수 있다고 WSJ는 제시했다. 앞서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인 25일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출이 2.3% 증가한 91억2000만 달러(약 12조2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이 9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브래가 CCO는 "연휴 간 지출이 어떠했는지 보면 증거가 나타날 것"이라며 쇼핑 시즌 매출에 주목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주 블랙프라이데이에 이어 이번 주 28일 사이버 먼데이도 예정되어 있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및 기업 실적을 확인하는 또 다른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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