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30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역점 과제로 소상공인센터 설립을 꼽았다.
그는 “국내 사업체 중 소상공인 비율은 전체 중 93.8%를 차지할 만큼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관련 데이터와 연구는 상당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센터 설립을 통해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활용해 현장 맞춤형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31일 취임한 오 회장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거리두기 강화 등 상황이 겹치며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다음은 오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취임 후 협회장으로서 느낀 소회는.
“코로나19로 엄중했던 시기에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 이미 소상공인들은 거듭된 방역 조치로 인해 피로도가 상당히 높았고 비대면 전환에 무방비로 노출돼 경영위기는 물론 플랫폼과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소상공인도 잇따라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러한 상황은 모든 일 하나하나가 우리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현안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소상공인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위기 상황 해결에 집중했다.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영업 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정부에 전달했다. 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생존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행정명령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온전한 손실 보상을 이끌어 내기 위한 단체행동을 이어갔다.
빅테크 기업에 밀리고 있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연합회에 온라인플랫폼 공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필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꼽아보니 1년 반 사이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앞으로도 소상공인을 위한 걸음을 열심히 내딛겠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내부 조직 체계가 안정되며 연합회 조직이 보다 견고해졌다. 모든 단체나 협회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직이 원만하게 흘러가고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돼 있어야 한다. 업종단체 회장일 때도 느꼈지만 우리 소상공인은 국내 전체 사업체 중 93.8%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며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책임지고 있음에도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지 않다.
이에 소상공인이 결집하는 기반이 될 전국 지역연합회 조직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아 150여 개였던 전국 지역연합회 조직을 1년여 만에 200여 개로 확대했다. 사무국도 조직 구성을 단행해 업종단체 간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소통체계를 강화했다.
초기 손실보상법 대상에서 제외된 숙박업, 전시업, 실내스포츠업 등 사각지대 업종을 늦게나마 손실 보상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도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다. 다만 2021년 7월 7일 이전에 발생한 행정명령에 대한 손실 보상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다. 이들에 대한 손실까지도 정부에서 마땅히 책임지고 보상해줘야 한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현재 소상공인 경기 상황은 어떤가.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긴 터널의 끝을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라는 새로운 터널이 나타났고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684조원이던 것이 올해 2분기 말 997조원으로 증가했다. 대출이 늘어난 상황인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2020년 5월 0.5%에서 현재 3.25%까지 2.75%포인트 인상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상공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금융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협회 중점 추진 과제로 ‘소상공인센터 설립’을 꼽았다. 그 이유와 현재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말해달라.
“지금 겪고 있는 위기를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중 90% 이상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은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위기가 닥쳐도 그에 맞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기 일쑤다.
센터 설립을 통해 소상공인 관련 데이터를 통합하고 현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지원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어나가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 대다수가 사업을 하기 위한 경영교육이나 실무교육을 받지 못해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센터 설립을 통해 경영 환경 맞춤 교육을 펼치고 폐업률도 낮춰 소상공인 경영 질을 높여야 한다.
센터는 소상공인 간 허브 역할과 네트워크 구축에 가교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현장 목소리가 반영될 공간 마련은 곧 정책 대안 발굴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정부 정책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센터 설립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한 외부 기관 연구용역이 마무리됐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온플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도 꾸준히 언급해왔다.
“디지털 전환 시대 도래로 경제적 취약 계층인 소상공인이 아무런 보호책 없이 거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플랫폼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였다. 플랫폼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이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갑과 을 관계가 아닌 플랫폼 경제 흐름 속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 온플법은 절대 협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부 지원책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시장 경쟁력을 갖춘 경영자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선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옳은 방향성만 갖고 현장 목소리가 배제된 지원이 많다는 것은 아쉽다. 저금리대환대출이나 새출발기금과 관련된 정책이 대표적이다.
현재 저금리대환대출과 새출발기금에 대한 신청이 상당히 저조하다. 저금리대환대출은 대상을 7% 이상인 사업자대출로 한정하고 있는데 현재 개인사업자대출은 금리 5% 미만 비중이 84.5%에 이른다.
반면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캐피털사가 많아 가계대출을 제외하면 신청하는 소상공인이 적을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과 관련한 정책 결정에 앞서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정책 실효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12월 2일부터 3일까지 소상공인대회가 열린다.
“소상공인 대회는 소상공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물론 지역주민과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소상공인 최대 축제다. 본래 법정기념일인 ‘소상공인의 날’을 전후해 매년 11월 5일에 진행됐는데 올해는 국가애도기간이어서 불가피하게 행사를 연기해 12월에 개최한다.
현장에서 소상공인페어, 세미나, 기업가형 소상공인 제품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니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남은 임기 동안 계획과 포부를 말해 달라.
“단기적인 소상공인 현안 해결과 중장기 추진 계획을 투트랙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소상공인이 빅테크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의할 수 있도록 온플법 제정과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온라인 유통 판로 확보, 디지털 대전환 지원책 마련에 집중하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삼중고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사(死)중고로 내몰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 이 밖에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소상공인센터·소상공인정책연구소 설립 △소상공인 별도 공제제도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필요한 일들을 단계적으로 밟아가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