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고물가 여파로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여기에 고금리에 따른 이자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계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를 떠받치던 소비까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향후 경기 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0.8% 줄었다.
전체 소득에서 물가 영향을 뺀 실질소득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2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9% 감소했는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폭이다. 그만큼 고물가 부담이 컸다는 얘기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2.8%)부터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정체·감소 상태다.
소득 유형별로는 근로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늘었다. 6월 고용률이 63.5%로 역대 6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근로소득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재산소득은 21.8% 늘었고 경조소득·보험금 수령 등 비경상소득은 12.5% 감소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65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서민 가계도 지갑을 닫는 분위기다. 2분기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2021년 1분기(1.6%) 이후 최소 폭이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줄었다. 2020년 4분기(-2.8%) 이후 10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은 뺀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8% 줄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가처분소득 감소는 필연적으로 소비 위축을 부른다. 서민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구당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보다 13.8% 줄었고 가처분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9.8%로 집계됐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비지출이 10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성향이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가처분소득도 역대 최대 폭으로 줄면서 전체 (실질) 소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약자 복지 관련 핵심 지출을 대폭 확대해 취약계층 소득 보장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폭염·호우 등에 따른 물가 불안과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 대응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