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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들이 상장사 지분을 매입한 뒤 행동주의 펀드처럼 상장사에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반기며 추종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슈퍼개미들은 매매 차익 실현이 목적이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 김기수씨는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김씨와 특별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14.34%에 달한다. 1대 주주인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측(25.20%)과는 약 11%포인트 차이가 나지만 지분율 차이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키오스크 전문업체 씨아이테크 2대 주주 이학영씨도 지난 6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이씨는 개인 지분 5.74%를 비롯해 특수관계인 헌터하우스 지분 5.66% 등 총 11.38%를 보유하고 있다. 씨아이테크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인 지분율은 18.68%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이학영씨가 회계장부 등 열람과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이씨와 소액주주 측이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하며 씨아이테크를 압박하고 있다.
아예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만호제강은 현재 엠케이에셋과 경영권 분쟁 중이다. 엠케이에셋은 슈퍼개미로 알려진 배만조씨가 소유한 투자 전문 법인이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엠케이에셋 특별관계자 11인이 보유한 만호제강 지분율은 19.87%다.
만호제강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 19.32%보다 0.55%포인트 높다. 배씨 측은 2021년 3월 지분율 5.20%를 기록한 뒤 꾸준히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며 대주주 지분율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투자 규모를 늘렸다.
이처럼 슈퍼개미들이 회사 경영에 직접 뛰어드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한 사례도 보고되지만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화천기계 경영권 분쟁을 주도한 김성진씨는 주가 급등 뒤 보유 지분을 대량 매도해 추종 매수한 소액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슈퍼개미들이 자신들 인지도를 활용해 개인투자자를 꼬드겨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종목을 추천한 뒤 매도하는 수법으로 59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챙긴 김정환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벌금 170억원과 추징금 58억원도 함께 구형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슈퍼개미를 향한 맹목적 신뢰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자 판단에 참고하는 정도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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