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더라도 11개월 정도 남은 이 재판관의 임기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1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신임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할 예정이다. 후보자로는 이 재판관이 가장 유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재판관은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몫으로 지명됐다. 헌재 내에선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수원지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려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에서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의 임명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지난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이어 헌재소장까지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야권에서는 현직 재판관을 수행하는 만큼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가결을 예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균용 후보자도 애초에는 대법원장 임명을 통과해 주려고 청문 절차를 시작했지만, 자질과 태도 등에서 부적절해서 낙마하게 된 것"이라며 "이균용 후보자 정도만 아니라면 통과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10월까지인 점은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의 변수가 되거나 동의안 가결에 따른 임명 이후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 임기 도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더라도 잔여 임기만 수행하는 관행이 이어져 헌재소장 임기가 채 1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현 재판관 중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일부가 헌재소장으로 임명될 상황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감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소장으로 임명되는 관행이 생기면 재판관들이 임명권자를 신경 안 쓰고 오직 재판에만 집중한다는 국민적 신뢰에 도움이 되겠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내년 10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소장으로 임명되면 1년짜리 소장이 되고 그다음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중 한 명이 되면 6개월짜리 소장"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헌재에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소장·헌법재판관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다르게 한 것은 권력 분립을 이루기 위한 취지"라며 "그런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재판관을 소장으로 임명하면 대통령 임기 중 두 명의 소장을 임명하게 되는데, 이는 권력 분립을 추구하는 헌법정신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임명되고 임기가 끝나기 전에 다시 같은 인물을 재판관으로 지명하는 방식으로 연임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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