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에서 손실 위기에 놓인 금액이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해외부동산 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55조8000억원)보다 6000억원 늘었다. 보험권이 31조9000억원(56.6%)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중 북미(미국·캐나다) 부동산이 34조5000억원(61.1%)에 달해 절반이 넘는다. 올해 만기 도래분도 12조7000억원(22.5%)에 달한다. 개인투자자가 연계된 공모 펀드액은 총 2조3000억원으로, 올해 9000억원이 만기를 맞는다. 더욱 큰 문제는 잠재부실 규모다. 기한이익상실(EOD·대출 만기 전 자금 회수 요구) 발생 규모는 지난해 6월 1조3300억원에서 9월 2조31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73.7%(9800억원) 증가했다. EOD가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된 투자처인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실의 규모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상업용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 2022년 4월을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공실률 역시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19.6%(지난해 4분기)를 기록했다. 특히 고금리가 길어지고, 금리인하 기대 시점도 지연되면서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금감원은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가 총자산(6800조9000억원)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해 금융시스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순간 부실의 파고가 우리 경제를 덮칠지 모른 다는 것을 명심하고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춰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