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사모시장의 포트폴리오 구축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26일 ‘2024년 글로벌 프라이빗 마켓 동향과 투자전망’ 라운드 테이블 브리핑에서 조지 말테조스(George Maltezos) 블랙록 대체투자 아시아태평양지역 세일즈 대표는 이같이 밝히며 “분산전략 차원에서도 사모자산으로 투자 배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말테조스 대표를 비롯해 리사 선(Lisa Sun) 세컨더리 및 유동성 솔루션(SLS) 공동대표, 필 쳉(Phil Tseng) 북미 사모대출 공동대표 및 블랙록 TCPC 회장, 스테판 카론(Stephan Caron) 유럽 사모대출 투자대표 등이 참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용 중인 프라이빗 마켓과 대체 자산 규모는 약 33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세컨더리 시장과 사모대출 시장 성장에 주목했다.
블랙록은 최근 투자자들의 사모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4가지 메가트렌드를 통해 투자전략이 변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메가트렌드는 크게 금융투자시장에서의 구조적인 변화,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로의 전환, 인구변화에 따른 인프라 투자 변화,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데이터 센터 투자 등으로 나뉜다.
말테조스 대표는 “전통적으로 은행이 기업에게 자본을 공급해주는 역할에서 사모대출 시장의 규모가 커졌고, 단순 사이클적인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라며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새로 필요한 것이 많기 때문에 관련 투자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령인구를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해져 부동산 투자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부동산 수요가 생길 수 있다”며 “AI의 경우 방대한 데이터를 요구하고, 통신망 등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세컨더리 시장에 대한 발표에 나선 리사 선 공동대표는 “세컨더리 시장은 유동성이 부족한 사모자산 또는 사모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모자산은 통상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데 세컨더리 시장은 일종의 유통시장, 구매자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 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세컨더리 시장의 거래 규모는 11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15~20% 증가해 최대 15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사모자산 투자자(LP)가 좀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생기면서 세컨더리 시장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LP가 주도하는 거래가 아닌 운용사(GP)가 주도하는 세컨더리 건수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한 아시아 세컨더리 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 공동대표는 “아시아 투자자들은 유럽 또는 미국 펀드들을 매각하고 있다”며 “세컨더리 시장이 채권발행시장(프라이머리마켓)에서 파생됐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 LP들은 해외 사모자산에 대해 투자한 걸 매각한 뒤 자국의 국내 경기에 투자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블랙록 자산운용사는 사모대출 시장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필 쳉 회장은 “현재 시장 환경은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며 “최근 사모대출 시장 자산 수익률은 10~13% 정도의 수익률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유동성 있는 채권, 담보대출(레버리지 론)과 비교해도 높은 수익률”고 분석했다.
그는 “안전한 1순위 대출에 투자하면서 두 자리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20년 넘게 몸담고 있는 사모대출 시장에서 현재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부각된 시기에 직면할수록 운용경험이 풍부한 운용사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쳉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산은 운용사의 경험과 역량이 될 것”이라며 “블랙록은 10년이 넘게 트랙 레코드 쌓았고, 다양한 경기 사이클, 쇼크 등을 경험해보고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아시아보다 규모가 큰 유럽 사모대출시장을 맡고 있는 스테판 카론 투자대표는 “유럽 프라이빗 마켓 규모는 5000억 달러 정도 되고, 17개 운용사가 있다”며 “유럽은 지리적으로 복잡하고, 여러 나라 시장들로 구성된 시장이기 때문에 현지에 전문성을 둔 팀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럽 사모대출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도 내다봤다.
카론 투자대표는 “글로벌 사모대출 투자자 배분 평균은 5.7% 수준”이라며 “블랙록은 배분률이 평균 7%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배분율이 올라가게 되면 현재 1조7000억 달러인 시장 규모가 3조5000억 달러, 2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독일 파이낸싱 시장에서 프라이빗 마켓 점유율은 2016년 16%에서 작년 70%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부연했다.
유럽 인수합병(M&A) 거래 건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를 비롯한 아시아 LP들도 관련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론 투자대표는 “올해는 유럽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보이고,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금리하락이 시작됐다”며 “전반적으로 M&A 시장 전망이 긍정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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