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청년층의 소비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쳤던 과거와 달리,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소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도 요노족을 위한 금융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고용 불안정한 20대 소비 직격타…카드 이용액도 줄어
20대가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지표는 신용카드 이용액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최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9일 20대 이하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같은 시기 30대(-0.3%)와 40대(-1.4%)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 50대(+2.0%)와 60대(+7.1%), 70대 이상(+15.3%)은 오히려 카드 이용액이 늘었다.
이는 20·30대 청년층의 임금 상승률이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데 비해 39세 이하 가구 평균 소득은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20~24세의 74% △25~29세의 44% △30~34세의 31%가 월 250만원 미만의 최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도 지난 2022년 1421만원에서 지난해 1671만원으로 17.6% 증가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 역시 가중된 상황이다.
"소액 적금·미니보험·절약게임"…금융권, '요노' 트렌드에 발맞춰
금융권에서도 청년 요노족의 '알뜰 소비'를 돕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저금통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26주 적금은 최소 1000원으로 시작해 매주 금액을 늘려나가는 적금 상품이다. 적은 금액이지만, 무분별한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나은행에는 '하나 타이밍 적금'이 있다. 이는 1개월 이상 6개월 이하의 단기 만기 적금 상품으로 재미있게 저축하는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입 시 설정한 금액(10~5000원)을 게임을 하듯 전용 입금 버튼을 터치해 적립하는 상품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미니 보험'을 통해 청년층 수요를 맞추고 있다. 미니 보험은 보장 기간과 범위를 축소하고, 보험료도 1만원 내외로 내린 상품이다. NH농협생명의 미니보험은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 건수 1만건을 달성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미니 보험 형태의 해외여행자 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가입자 150만명을 확보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핀테크들은 절약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토스는 만 19세 이상 사용자 대상으로 무지출챌린지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토스 앱에 연결된 계좌, 카드 등을 모두 종합해 지출 내역을 분석하고, 당일 소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뱅크샐러드는 일정 기간 팀 예산 내에서 지출하면 상금을 돌려주는 '샐러드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방석훈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충동구매와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데 청년층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계획적인 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청년층의 특성을 반영해 자연스럽게 절약 등을 실천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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