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80여년간 보관하던 14세기 고려말 지공선사‧나옹선사의 사리를 조계종에 반환(기증)한 가운데, 우리나라에 임시대여하기로 한 사리구에 대해선 국가유산청에 ‘사리구 압류 면제’와 ‘대여 종료시 반환’을 정부가 보증하란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스턴미술관은 지난 6월 12일 국가유산청에 “사리구 대여가 실현되길 바라지만,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며 '사리구 압류 면제 및 대여 종료시 반환에 대한 정부의 보증'을 요구했다.
국가유산청은 미술관측의 요구조건에 동의, 6월 24일 ‘정부 보증 조항’을 추가한 협약(수정본)을 미술관에 보냈다. ‘협약’이란 지난 2월 국가유산청-조계종-미술관 간 사리 기증, 사리구 대여에 합의한 이후 미술관측이 국가유산청에 제안한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협약’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이기헌 의원실은 이 같은 유산청의 일련의 정책들은 정부가 사리구 반환을 완전히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월 국가유산청이 사리 반환에만 합의했을 당시 문화재계 안팎에선 ‘사리구를 떼어놓고 사리만 돌려받은 건 사리·사리구 일괄 반환 입장을 고수해온 국가유산청이 원칙을 깬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때 김건희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요청하면서 반환 협상이 재개된 이후, 국가유산청은 10여년 넘게 강경하게 유지해오던 ‘사리-사리구 동시반환’ 입장을 바꿨다.
이기헌 의원은 “유산청이 말하는 임대라면 최소한 외규장각 의궤의 경우처럼 영구임대 정도는 돼야 사리구의 반환에 준한다고 할 만 하다”며 “사리구 반환에 대한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면 이제는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유산청이 ‘10여년 간 정체돼 있던 사리 반환을 성사시킨 김건희 여사’라는 이미지 띄워주기에 급급해 사리구에 대한 반환 포기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14년 전에는 ‘국제사회에서 문화재반환 문제는 원칙과 명분이 중요하다’던 국가유산청이 앞으로 어떤 불법 문화재 반환 협상에서 일관성 있게 대응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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