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지 및 테스트 기업 중 하나인 앰코테크놀로지가 베트남, 특히 박닌(Bac Ninh)성을 기반으로 장기 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아남반도체를 인수한 미국 반도체 기업 앰코테크놀로지는 박닌에 16억 달러(약 2조원) 투자를 결정하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허브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앰코의 박닌 투자는 베트남의 지리적 위치, 현대적인 인프라, 우수한 인적 자원의 장점을 활용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이는 앰코가 베트남의 큰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앰코의 박닌 투자는 2021년 11월 옌퐁(Yen Phong) 2C 산업단지에 반도체 재료 제조, 조립 및 테스트를 위한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공식 발표됐다. 총투자액 16억 달러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2035년 완료 예정으로, 특히 1단계인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약 5억3000만 달러가 투입된다.
총 23헥타르 규모로 건설되는 앰코 박닌 공장은 세계 최고의 전자 및 반도체 제조 기업들에 고급 SiP(하나의 패키지 안에 여러 개 칩을 적층 또는 배열한 것) 조립 및 테스트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한 앰코의 생산능력 확장 및 지리적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아울러 이 공장은 생산 역할뿐 아니라 스마트기기용 반도체 시스템,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연구개발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앰코는 전통적인 시장뿐만 아니라 AI, IoT, 5G 기술 등 신흥 분야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8월 가동을 개시한 이 공장은 지난달에는 첫 수주 계약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김성훈 앰코테크놀로지 베트남 대표는 "박닌에 위치한 첨단 반도체 공장은 앰코의 전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이라며, 이는 앰코의 장기 계획에서 박닌의 중요한 전략적 역할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특히 박닌은 유리한 투자 환경, 현대적인 인프라, 풍부한 인적 자원 덕분에 반도체 산업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지가 되고 있다. 첨단 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베트남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이에 앰코와 같은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앰코의 박닌 투자 결정 역시 베트남의 사업 환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 과정의 결과로, 지종립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사장은 "고품질 노동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베트남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앰코의 박닌 투자는 베트남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베트남이 세계 핵심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 합류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으로, 앰코 박닌 공장의 첫 수주 소식은 반도체 생산지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한 연결고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박윤영 앰코코리아 이사는 "앰코의 프로젝트가 베트남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내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앰코의 박닌 공장은 2035년까지 1만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베트남 근로자의 기술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앰코가 제공하는 첨단 생산 기술은 베트남 반도체 제조 산업의 기술 표준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 응우옌아인뚜언 박닌성 당 서기는 작년 10월 공장 준공식에서 "앰코와 같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것은 박닌 산업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는 베트남 기업들에게 많은 협력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기업은 앰코 공장에 원자재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여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의 산업화 및 현대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미 인텔, 하나마이크론 등 여러 회사가 반도체 분야에서 베트남에 투자한 가운데 앰코의 프로젝트는 세계 반도체 지형에서 베트남의 입지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앰코의 투자, 나아가 베트남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난관들이 산재해 있다. 특히 인적 자원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박닌에는 풍부한 노동력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엄격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려면 고품질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베트남 정부는 앰코와 같은 첨단 기술 기업의 증가하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2030년까지 반도체 분야의 고급 인력 5만명 교육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앰코는 또한 박닌에 교통로와 같은 인프라 및 환경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생산 과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및 환경 문제가 조기에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닌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앰코는 이곳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수잔 킴 앰코테크놀로지 부회장은 "박닌에 있는 앰코 공장 개발은 앰코의 전략적 사업 계획의 일부이며 앰코는 이곳을 글로벌 운영 네트워크의 기둥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앰코의 박닌 투자 성패 여부는 앰코를 넘어 베트남 전체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 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관측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트남의 아르노 지놀린 대표는 "베트남은 IC 설계, 테스트 및 패키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반도체 부문에서 기회를 극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동남아시아)의 클라크 승 전무는 “베트남은 체계적인 투자와 정부의 지원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주요 성장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대만+1'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잘 활용하면 베트남은 반도체 산업에서 대만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 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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