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에 담긴 물을 통해 연기를 걸러 빨아들이면서 피는 물담배 ‘시샤(Sisha)’가 일본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일본 전국에 1600여개가 넘는 시샤 카페가 생겼으며 도쿄에서는 스타벅스 매장 수 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검색 사이트 ‘시샤스이타이’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도쿄에만 매장 수가 565개로, 약 400개인 스타벅스를 넘어섰다. 일본에서는 스트레스 넘치는 일상을 떠나 정신적인 휴식을 추구하는 ‘칠(chill)소비’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여유로운 공간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요시모토 히로키 사장은 닛케이에 “원래는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체인점이 등장하면서 업계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술을 마시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야간 카페가 유행하고 있어 시샤 카페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샤 카페는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층도 다양하다. 20대 IT기업 경영자는 닛케이에 “2년 전부터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일반 카페는 밤늦게까지 문을 열지 않아 오래 머무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시샤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시샤 카페는 잎담배에 향료 등을 뿌려 과일이나 꽃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이용 비율도 많은 편이다. 도쿄 시샤 카페의 경우 디저트를 주력으로 하는 매장이 다수로, 여성 고객의 방문이 많다. 카페 체인 무슈(musch)의 경우 여성 고객이 60%를 차지하는데 시샤를 피우지 않는 이용객도 매장에 따라서는 30%에 이른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인테리어와 독특한 분위기를 보고 방문하는 경우다.
다만 시샤는 엄연한 담배의 일종으로, 니코틴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물에 걸러서 피우기 때문에 종이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보다 순하고 향도 다양해 쉽게 손이 가지만 긴 파이프를 통해 강하게 빨아들여야 하는 탓에 니코틴 등 유해 성분이 폐 속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시샤 카페에서 일하길 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신규 매장에서 구인 공고를 내면 이자카야의 20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려들 정도라고 한다. 닛케이는 “이자카야처럼 바쁘지 않고 차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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