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새 수장 나임 카셈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과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카셈 총장은 이스라엘이 침략을 중단한다면 적절한 조건 아래 휴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레바논 총리도 오는 11월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선 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30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에 따르면 카셈 총장은 이날 알마나르TV가 방영한 사전 녹화 연설에서 “헤즈볼라는 누구를 대신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정치적 틀 안에서 짜인 우리의 계획에 따라 전쟁의 길에 계속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언론에서 헤즈볼라는 이란의 ‘가장 견고한 대리군’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란 군부와 정부는 헤즈볼라가 독자적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한다.
카셈 총장은 “이란은 우리를 지원하지만 그 대가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레바논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줄이려면 우리 땅에서 당장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치른 대가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휴전을 간청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이 침략을 중단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적절한 조건 하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헤즈볼라의 2인자였던 카셈 총장은 지난달 27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피살 이후 한 달여간 사실상 조직을 이끌어 오다 전날 수장 격인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사무총장 자격으로는 이번이 첫 연설이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날 현지 매체에 “오늘 아모스 호흐슈타인 미국 중동특사와의 통화 이후 다음 달 5일 이전에 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날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호흐슈타인 특사가 헤즈볼라와의 휴전 조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카티 총리는 “우리는 앞으로 몇 시간 또는 며칠 내에 휴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상태”라며 “휴전이 이뤄진다면 그 방식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종전을 이끈 유엔 결의안의 이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01호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군’을 조건으로 채택됐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동부 도시 바알베크와 주변 마을에 대한 대피령을 내리고서 4시간 만에 공습했다. 대피령 직후 수천명이 이 지역을 빠져나갔으며 인명 피해는 즉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나바티예를 비롯한 레바논 남부의 여러 마을에도 새 대피령을 내렸다. 이 지역은 이미 몇 주 전에 대피령이 내려진 곳이다. 이스라엘 지상군도 남부 키암 마을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 남부 주요 지역에서 더욱 깊숙이 이동하고 있다고 레바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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