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백인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중요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인 여성은 미국 전체 유권자의 30%에 달한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백인 여성의 표심은 공화당을 향했다. NYT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백인 여성의 47%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45%가 투표했다.
2016년 대선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백인 여성들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걸 막았다"고 한탄했다. 트럼프가 패배했던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백인 여성 지지율(53%)은 조 바이든 대통령(46%)을 앞섰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백인 여성들이 올해는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를 재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의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백인 여성들이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NYT·시에나대 공동조사에 따르면 백인 여성들은 근소한 차이로 해리스를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고 해리스가 나선 직후 흑인 여성 4만명이 160만 달러(약 22억원)를 모금했고, 백인 여성들이 주최한 화상회의엔 무려 20만명이 참여해 1100만 달러(약 152억원)를 모아 해리스 측에 기부했다.
중도 성향 백인 여성의 표심이 해리스 측에 기우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중도 여성 유권자 설득을 맡은 갤버나이즈 액션의 재키 페인 집행이사는 10개 경합주 중도 성향 백인 여성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9월 기준 해리스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보수 성향 백인 여성 중에서도 '샤이 해리스'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전략가인 셀린다 레이크는 "올해 백인 여성 상당수가 남편 몰래 해리스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보호"…해리스 "여성 모욕"
두 후보는 막판까지 여성 표심을 잡기 위해 맞붙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을 사실상 '낙태권 대 반(反)낙태권' 구도로 짜면서 여성 표심을 더욱 공략하고 있다. 이날도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난 여성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쟁점화를 시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의 의사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바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위스콘신주의 그린베이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한 성폭력 등 강력 범죄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신은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자기 스태프들이 '여성 보호' 등과 같은 표현이 부적절하다면서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언급한 뒤 "나는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다.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유세를 위해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한 언급을 거론하면서 "그것은 여성의 주체성, 권위, 권리, 자기 몸을 포함해 삶에 대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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