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를 잃은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테마주'로 몰려가고 있지만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많아 수익보단 손실을 볼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19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직전 같은 기간보다 71% 급증했다. 올해도 테마주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경고 종목 중 절반 이상이 테마주와 관련됐다.
거래소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고지한다.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3단계에 걸쳐 지정한다.
투자경고 종목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때 지정된다. 지정 후 추가로 주가가 급등한다면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투자위험 종목은 지정 당일 거래가 정지된다.
올해는 연초부터 초전도체 테마주가 다시 들끓었고 인공지능(AI) 테마도 합세했다. 서남, 신성델타테크, 다보링크 등이 초전도체 테마로 주가가 급등했고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에 한글과컴퓨터, 이스트소프트, 어보브반도체, 폴라리스AI 등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총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는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래몽래인, 대상홀딩스우 등이 정치인과 혈연·학연·지연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해 투자경고 종목이 됐다.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퍼진 원숭이두창(엠폭스) 관련 종목들도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진매트릭스, 셀레믹스, 우정바이오, 그린생명과학, 미코바이오메드 등 주가가 치솟았다.
최근 들어선 경영권 분쟁 테마가 뜨겁다. 지난 9월 영풍정밀, 영풍, 에프앤가이드가 투자경고 종목에 포함됐다. 예림당, 고려아연 역시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높아지면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후 하루 뒤 190개 종목은 평균 3% 하락했고, 7일 뒤에는 평균 6% 하락했다. 상승한 종목도 있지만 그만큼 하락한 종목이 더 많았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드는 투자자도 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하면서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달 30일 개인투자자는 200억원 넘게 사들인 뒤 주가가 반등하자 팔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테마주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슈에 편승해 초단타 매매를 하면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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