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연체차주 수(신용정보원 채무불이행·NICE수집 연체정보 일수가 90일 이상 차주)는 81만3000명으로, 1년 전(77만2000명)과 비교해 4만1000명(5.3%)이 늘었다. 연체차주 수는 지난 2022년 말(72만2000명)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으며, 통계가 공개된 2022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차주도 역대 최대치를 보인다. 대법원 통계월보를 보면 올해 1~9월 누적 개인회생사건 신청 건수는 9만7443건에 달했다. 지난 2021년(8만1030건)과 2022년(8만9966건) 연간 신청 건수를 넘어섰고, 3분기 누적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인파산·면책사건 신청 채무 경험이 있는 채무자가 다시 도산하는 경우도 2021년 5.52%에서 올해 상반기 9.78%로 4.26%포인트 급등했다. 빚을 갚지 못해 파산했던 이들이 재차 빚더미에 쌓여 또다시 파산하고 있는 것이다.
파산하는 이들은 대개 실직 또는 사업 실패,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신청하는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내수 부진 등 서민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그간의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이자 부담도 불어나면서 재기 의지를 상실하고 있다.
더욱이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6조6000억원 늘었는데, 이 중 2금융 가계대출만 2조7000억원에 달했다. 전월 3000억원이 줄었던 것과 대비된다.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서민의 금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에 빚을 지던 사람들은 물론, 새로이 대출을 내는 이들도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빚이 빚을 부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향후 금리가 떨어져도 빚을 지는 이들이 늘고, 내수 경기의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보니 연체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까지 전국 누적 법인파산 건수는 1444건으로 전년 동기(1213건) 대비 19% 늘었다. 법인 파산은 2019년 이후 계속 불어나고 있고, 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 비율은 42.3%로 나타났는데, 이는 영업활동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중 4곳이나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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