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동시에 관세 충격으로 수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이 빨라질 경우 내년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5원 내린 1405.1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30일 1307.8원 대비 100원 가까이 올랐다. 이날 외환당국이 과도한 변동성을 우려하며 7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부른 강달러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2% 올랐다. 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며 달러로 구입하는 수입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은은 당분간 수입물가가 환율 상방 압력, 국제 유가 하방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환율 상단이 1500원까지 열려 있다고 전망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환율 상단은 1450원으로 본다"며 "내년 상반기에 관세가 부과되고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환율 상단은 1500원까지도 열어 놓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도 "국제 유가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확실의 영역이고 환율은 더 올라갈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초 물가 상황이 우려스럽다. 통상 국내 물가는 연초에 오르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최근 수입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추가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국은 원유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라 수입물가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 지속과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고물가 압력까지 커지면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우려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물가가 높아지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것"이라며 "경기와 물가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게 한은의 몫이다. 금리 인하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고물가 여건에서 고강도 관세가 현실화하면 저성장·고물가 압력이 강해져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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