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동식 핵 방공시설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 등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이동식 방공시설인 ‘KUB-M’ 양산에 들어갔다.
러시아 비상사태부 산하 연구소는 이날 KUB-M 생산 사실을 공개했다. KUB-M은 핵폭발로 인한 충격파와 방사능을 비롯해 재래식 무기로 인한 폭발과 잔해, 화재, 자연재해 등의 위험으로부터 48시간 동안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연구소 측은 밝혔다.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KUB-M은 54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듈과 기술 장비가 들어가는 모듈로 구성된다. 필요한 경우 모듈을 추가할 수 있고 트럭으로 쉽게 운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발표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사용을 승인하자 크렘린궁이 핵 사용 가능성을 경고한 후에 나왔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현재의 위기 상황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교리(독트린)를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개정된 핵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에 서명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개정 핵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러시아의 새 핵교리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의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는 적국의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핵무기 보유국가들은 핵무기 사용을 위한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를 핵교리라고 부른다. 핵무기를 보유하면 적국이 공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공격해올 수 없다는 ‘핵억제’ 개념이 성립한다. 통상 핵교리는 해당 국가가 적국과 비교해 우세한 재래식 군사력을 갖는 경우 핵무기에 대한 선제 불사용을 전제하며 처벌효과를 강조하는 쪽으로 설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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