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에 공개 충돌했다. 한동훈 대표는 "당대표를 흔들고 공격하려는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규정했지만, 친윤(윤석열)계는 "'가족이 아니다'라는 여섯 글자는 절대 말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약 14분간 게시판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선고가 나오고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으니 이제 당 대표 흔들고 끌어내려 보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최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명태균 리스트와 관련됐거나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이 제기된) 김대남 건에 언급됐던 사람들"이라며 "자기들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글이 게시판에 900여건 이상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한 대표 측은 '한동훈'으로 작성된 글은 '동명이인'이 작성한 것이라고 확인했지만, 가족 명의 글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친윤계에서는 논란 해소를 위해 한 대표가 가족의 글 작성 여부를 직접 밝혀야 한다면서 당무감사와 수사 의뢰 등을 촉구해왔다. 이날 오전에도 김민전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한 대표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하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도 친한(한동훈)계와 친윤계간 설전이 이어졌고, 회의장 밖에서도 들릴 정도의 고성과 질타가 터져 나왔다.
한 대표는 "익명 당원 게시판은 당이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연 공간이고, 거기에선 당연히 대통령이든 당 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며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당원게시판에서 마음에 안 드는 글을 색출하라는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면서 친윤계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정당 민주주의 차원에서 게시판과 관련한 논란은 조기에 종식돼야 한다"며 "그것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 (아직) 크게 진상이 규명되거나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한 대표가 화내고 성질은 내지만 '가족이 아니다'라는 6글자는 절대 말 못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가족이 했으면 여론조작, 업무방해 범죄이고 그게 아니라면 당 대표 가족에 대한 명의도용이니 역시 심각한 범죄다. 그래서 가족 명의가 맞는지 국민께 밝히라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편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을 초청해 여의도 한 식당에서 1시간 20분간 오찬 회동을 가졌다. 홍철호 정무수석도 지난 22일 여당 의원 30여명과 오찬을 진행한 바 있다.
정 비서실장은 "예산국회에서 고생하시는 우리 의원님들을 위로드리고 격려드리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다.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김건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표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오찬에서는 당원 게시판 관련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요한 최고위원은 "분열되면 안 되고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고, 주진우 의원도 "당정이 열심히 화합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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