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환원하는 방법론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인재가 돼 주길 바랍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물을 처음 판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날 물을 마실 수 있다"며 "여러분도 새로운 우물을 파고,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이 돼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1974년 설립한 비영리재단으로,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인재를 키운다는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의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제2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가며 재단을 운영해왔다.
재단은 설립 이래 조건 없는 지원을 통해 국내외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힘써왔다. 장학생들에게 의무조항이나 SK 입사 조건을 부과하지 않고, 세계 유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5년간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을 지원해왔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지원을 지속하며 인재들이 학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재단은 세계적인 학자와 리더를 다수 배출했다.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현 태재대 총장),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 석좌교수, 예일대 첫 아시아인 학장 천명우 교수 등이 재단 장학생 출신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기념식에 장녀 최윤정(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과 차남 최인근(SK이노베이션 E&S 매니저)과 함께 참석했다. 자녀들과 함께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재단 50년은 우리 가족의 '레거시(유산)'"라며 "자녀들이 이런 행사를 보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무엇을 했는지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는 이 친구들이 직접 기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념식에서는 AI 기술로 재현된 고(故) 최종현 초대 이사장의 영상도 공개돼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영상 속에서 그는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씨앗을 심어라’고 했던 것은 큰 나무로 성장하라는 꿈을 심어주는 동시에, 조급해하지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는 뜻이었다"며 "우리는 자네가 심은 씨앗이 나무로 자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재단의 50주년을 기념하며 "최종현학술원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사회적가치연구원은 학문적인 내용을 현실에서 평가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식에는 박인국 전 사무총장, 최병일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계자와 장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영상 축하 메시지를 통해 50주년을 기념했다. 이날 공개된 재단의 발자취와 성과를 담은 50년사는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