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선수들은 긴 시간 동안 골프채를 잡고 경쟁할 수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즐거움과 보상을 받기도 한다.
반면, 동시에 골프는 삶이 얼마나 연약하고 도전적인지에 대한 뚜렷한 교훈을 주며, 역경 속에서 빛나는 인간의 회복력과 강한 의지를 엿보게 하기도 한다.
67세의 나이에도 전 세계를 돌며 124번 우승한 독일의 베른하르트 랑거와 1년 전, 프로로 전향한 중국계 호주인 제프리 관은 이 고귀하고 전통 깊은 스포츠가 이 게임에 헌신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랑거는 50세 이상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자신보다 훨씬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에 대한 끝없는 열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올해 초, 피클볼을 하다 생긴 부상으로 왼쪽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을 수술한 후에도 변함없었다.
독일 병정이라 불리는 랑거는 11월 초에 치러진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찰스 슈왑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챔피언스 4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랑거는 2라운드 64타, 3라운드 67타, 최종 4라운드 66타로 사흘 연속 '에이지 슈트(선수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더 낮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번 우승으로 랑거는 PGA 투어 챔피언스 18년 연속 우승과 최다승, 최고령 우승 등 갖가지 기록을 세웠고, 우승으로 영광을 더했다.
랑거는 '스스로의 몸을 단련하고 높은 경기력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승리는 결코 질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랑거는 "사람들이 왜 아직도 경기를 하냐고 묻는다. 내 안의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순간이 좋고, 경쟁 속에서 승리하는 것이 즐겁고, 아직도 내가 이길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오직 이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목표 의식은 물론 꾸준하게 노력하는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살아있는 전설 랑거가 자신의 업적을 굳건히 다져가는 한편, 호주 출신의 아시아계 떠오르는 스타는 끔찍한 부상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으며 큰 시련에 맞닥뜨렸다.
20세인 관은 아마추어 시절 모든 대회를 휩쓸며 호주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힘을 끌어내야 한다.
중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떠난 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관은 지난 9월 중순 펼쳐진 프로코어 챔피언십에서 스폰서 초청으로 PGA 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일주일 후, 호주에서 참가한 프로암 대회에서 날아온 골프공에 맞아 왼쪽 광대뼈와 눈 주위 뼈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이에 따라 그는 최소 6개월 동안 골프채를 들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2022년 퀘일 할로우에서 개최된 주니어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 팀 대표로 출전할 만큼 촉망받던 선수였던 관은 이 사고로 자신의 꿈이 무너지게 되며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관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재 나와 가족들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떻게 회복해서 다시 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지난 4주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덕분에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준비가 되었다.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고 적었다.
호주의 팬들은 관이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다.
호주 스포츠 재단은 기금 모금을 통해 관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을 시작했으며, 팬들은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내고 있다.
관은 자신의 우상인 미국의 벤 호건이 생명에 위협을 가했던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었으며, 이후 5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혹은, 비극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 위해, 앞서 소개된 랑거의 인내심, 끈기와 열정을 본보기로 삼아봐도 좋을 것 같다.
추아 추 치앙(Chuah Choo Chiang)
- PGA 투어 APAC 국제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수석 이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