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체된 대한민국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시스템의 '대혁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구 특임교수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신문·AJP 주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주관으로 열린 '2025 미래전망 4대 대학총장 포럼' 주제 강연자로 나서 "이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한국은) 배처럼 가라앉는다. 가라앉고 나서는 건질 수가 없다"며 변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획재정부 2차관·예산실장,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며 30여 년간 국가 정책을 다뤄 온 구 특임교수는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선히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단군 왕검 이후 국운이 최고로 융성했던'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최근 크게 하락한 이유를 △낙후된 국가 시스템 △실행력 부족 △나눠 먹기식 재원 분배 등으로 분석했다.
구 특임교수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 경제, 정치, 사회, 교육 등 모든 국가 시스템이 1960~1970년대에 만들어진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개량한 것"이라며 "겨울, 여름 옷이 다 다른데 우리는 개발 초기에 만들었던 옷을 어느 정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음에도 (계속) 입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 혁신을 해야 한다'면서도 또 '놔두라' 그런다. 말은 하는데 행동이 안 들어가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한다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시정을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육도 연구개발(R&D)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다 나눠 먹기다. 재원이 많다면 나눠 먹어도 한 분야에 떨어지는 게 수조 원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다)"이라며 "돈도 적은데 이러다 보니 공중에다 물을 뿌리는 격이다. 물뿌리개로 뿌려봤자 절대 땅이 젖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구 특임교수는 환경이 크게 변화한 만큼 국가 시스템 역시 그에 걸맞게 전면적인 재설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금 이 시기를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규정한 그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 경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판단 기준은 국익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라를 주식회사처럼 경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전 범위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은 1년에 수백조 원을 투자하지 않나. 한국에서 투자를 많이 하는 데가 1조원이라고 한다면, 이를 따라가기 위해 100년이 족히 걸린다"며 "인적 자원, 재원, 기술 등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붓듯이 해야 한다. AI 경제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 글로벌 경영을 하는 게 답"이라 덧붙였다.
또 사회 분야 발전을 위해 '저출생 혁신'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저출생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국가·지자체가 함께하는 돌봄조합을 거론했다. 구 특임교수는 "교육을 제대로 해서 엄마가 키우는 것보다도 더 잘 키워주자는 것"이라며 "일하는 어머니는 일을 할 수 있게, 그리고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면 마을, 아파트 단위로 조합을 만들어 국가 프로그램을 넣어주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초·중·고등학교는 적성 교육을 해야 한다"며 "오전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또는 윤리 등 일반적인 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적어도 자기가 잘하는 적성 분야, 즉 음악을 잘하면 음악실에 가고, 글쓰기를 잘하면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좀 나눠서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 특임교수는 특히 "국립대는 종합대학, 사립대는 특성화대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모든 대학에 철학과가 있어서는 경쟁력이 있을 수가 없다"며 거듭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찍었다.
이 밖에 정치 분야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소선거구제에서 의원들은 국가 발전과 상관없이 자기 지역 발전을 신경 써야 된다"며 선거제 개편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지역별로 의원을 붙여 놓으니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없는 구조"라며 "(예를 들어) 충청남도에 20명을 뽑는다고 하면 어떤 분은 교육에 특화되고, 어떤 분은 과학기술을 맡는 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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