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플레이션 딜레마] 1500원대 환율 임박...내년 'S' 공포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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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권성진 기자
입력 2024-1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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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흘째 이어진 1450원대 환율…고물가 이어지나

  • 강달러에 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로 환율 고공행진

  • 내년 트럼프 출범 맞물려 환율 1500원 돌파 예상

  • 1%대 저성장에 고물가 압력 덮치면 스태그플레이션

  • 한은 금리 인하 여력 상실…악화일로 치닫는 한국경제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강달러와 비상계엄 쇼크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며 1500원 눈앞까지 왔다. 내년에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성장이 예측되는 가운데 역대급 고환율 후폭풍으로 소비자물가까지 재반등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 외환시장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대비 5.50원 오른 14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날보다 0.5원 내린 1451.5원으로 출발해 점차 상승 폭을 키웠다. 나흘째 글로벌 금융위기급 환율인 1450원대를 유지했다.

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불안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태도에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108대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환율이 고점을 더 높여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본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국 불안에 트럼프 집권 초기 우리 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 한국 경제 성장률 눈높이 하향 조정과 더딘 한·미 금리차 역전 폭 축소가 원화 평가절하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1%대로 안정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다시 들썩일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때 소비자물가는 0.06%포인트 상승한다. 이미 환율 효과로 국제 유가 안정세에도 수입물가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공급물가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430원대 환율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률이 0.05%포인트 정도 오른다"고 전망했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내년 1%대 저성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고물가 압력까지 덮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경기 침체는 올해 들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줄며 역대 최장 기간 감소세다. 고용도 악화일로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45.5%)은 2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고용 상황은 경기 후행 지표인 만큼 향후 경기는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스태그플래이션이 닥치면 이조차 불가능해진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내년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 하방 압력이 완화되도록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물가가 높아지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것"이라며 "한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비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부각되면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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