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싸인 대왕고래…예산·주민수용성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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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입력 2025-01-0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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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추 재정 확보 난항…경북도 펀드 조성

  • 홍게 어민 반발…석유公 "피해 발생 땐 보상"

부산항 남외항에 입항한 대왕고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사진한국석유공사
부산항 남외항에 입항한 '대왕고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사진=한국석유공사]
동해 심해 유전·가스전을 개발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첫 시추 이후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주민 수용성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가 포항 영일만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40㎞가량 떨어진 곳에서 탐사 시추에 돌입했다. 2개월에 걸쳐 시료를 채취한 뒤 올 상반기에 1차 시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1개의 시추공을 뚫는 데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500억원은 석유공사의 예산을, 나머지 500억원은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 1차 시추공을 탐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대왕고래 시추사업 예산 497억원을 삭감했다. 절반에 달하는 예산이 삭감되자 석유공사와 경상북도는 재원 마련에 팔을 걷었다. 경북도는 '에너지 투자 펀드'를 마련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앙정치 혼란으로 산유국으로 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지방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겠다"며 "국회 추경으로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경북도 차원에서 추가예산을 세우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1차 시추는 난관을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나머지 4차례 시추다. 최소 4000억원이라는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공사는 지난해부터 해외 로드쇼를 개최해오고 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사업 추진의 동력이 약해졌다.

또 주민 수용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웨스턴 카펠라호가 시추 위치에 도착했던 20일 포항의 홍게 어민들은 해상 시위에 돌입했다. 어민들은 탐사 구역이 홍게 어장과 겹치는 데다 탐사 시추 시기가 홍게 수확 시기와 맞물린다며 반발에 나섰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어민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 시추 작업으로 실질적 피해가 확인될 경우 보상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포항시, 어업인, 지역수협조합장 등과 8월부터 16차례 의견수렴을 실시했다"며 "시추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홍게 등 갑각류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범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어업 주무부처인 해수부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추 작업이 홍게 수확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시추로 인해 홍게 수확이 줄어들 수 있는지, 어업에 피해를 끼치는지 등을 수치로 전망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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