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조원대 중반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분기(3조8642억원) 대비 감소가 유력하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 사업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선단공정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대를 모았던 HBM3E(5세대) 제품의 엔비디아 연내 공급이 끝내 무산되면서 반등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아직 HBM3E의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임을 암시하며 "삼성전자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HBM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첨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는 레거시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PC 등 IT 시장의 수요 침체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C와 모바일 등 전방 IT 수요 회복이 더뎌지면서 시황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정부도 자국 메모리를 탑재하는 세트 기업들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삼성전자 등 기존 메모리 강자들의 점유율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5~10% 하락했다. 특히 DDR4 8Gb 가격은 지난해 7월 2.1달러에서 12월 1.35달러로, 35.7% 떨어졌다.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말 2.08달러로,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과 낸드 모두 전방 산업 수요 부진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가격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인 파운드리도 수조원대 적자가 지속되면서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의 4분기 영업손실이 2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 하락과 일회성 비용 반영, R&D 비용 증가 영향이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 실적을 지탱해 온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부문 실적도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 등에 다소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모바일 부문은 비수기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신제품 출시 효과 소멸로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MX·네트워크사업부의 4분기 영업이익은 예년보다 부진한 2조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TV와 가전 등 세트사업도 수요 부진 속 연말 쇼핑 시즌이 맞물리면서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저하됐다. 삼성전자 측은 모바일, TV, 가전 등을 아우르는 DX부문에 대해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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