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히며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 사태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국회 탄핵소추로 지난달 27일부터 직무 정지 상태인 한 총리는 15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기관 증인으로 출석,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을 묻는 질문에 "사법 당국에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판단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7일 여야는 본회의를 열고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상정했고 여당 반발 속에 가결됐다. 한 총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탄핵 이후 처음이다. 앞서 특위는 한 총리를 포함한 92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불출석 시 국회가 동행 명령이나 고발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만큼 추후 법적 문제도 고려해 이날 출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이어 "이런 상황을 막지 못한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 생각하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국무위원들을 모은 자리에서 일부 국무위원에게 지시 사항을 줬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알고 있지 않으냐고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묻자 한 총리는 "그건 모른다. 제가 받은 바는 없다"고 답했다. '계엄을 위헌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절차상 흠결, 실체적 흠결 이런 것들로 봤을 때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총리는 '계엄이 잘못이라면서 위헌·위법이라고 표현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최종적으로 사법적 판단·절차가 정해지는 것으로 제가 이야기 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당일 오후 8시 40분께 계엄 선포 계획을 전해 듣고, 국무위원들을 소집하자고 건의했다며 "국무위원들이 모이면 틀림없이 모든 국무위원이 계엄 문제에 반대 의견을 가지리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절차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경제, 대외 신인도 등에 굉장한 문제가 있으므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건의드렸다"며 "12월 3일 그 와중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한 기억이 전혀 없고, 김 전 장관에게 사전 승인을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 의원이 '결국 계엄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선포된 것인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저는 그렇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한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도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날 불출석했다. 국회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심우정 검찰총장,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등검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대통령경호처 직무대행인 김성훈 차장 등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위는 이틀간 기관 보고를 마치면 이후 현장 조사 2회, 청문회 3회를 실시한다. 현장 조사는 오는 21일과 2월 5일 실시되고, 청문회는 22일과 2월 4일, 2월 5일 진행된다. 내달 13일 활동 결과 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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