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올해 고강도 쇄신 기조 속 전년보다 조용하게 신격호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의 5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
롯데는 17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에 있는 신 명예회장의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거행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유동설 위기설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있어 잠잠한 분위기 속에 식은 치러졌다.
이날 추모식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부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이영준 롯데케미칼 총괄대표 사장 등이 참석했다. 롯데지주 소속 이돈태 디자인전략센터장, 김희천 롯데인재개발원장 등도 자리했다.
신 회장의 장남이자 신 명예회장 손자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미래성장실장은 자리하지 않았다. 신 부사장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차별화된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가 바이오 사업을 챙겼다.
올해 추모식은 이전과 같이 사장단 일부가 헌화하고 잠시 묵념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묵념 전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는 신 명예회장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자는 추도사도 언급됐다.
사장단 추모식 후에는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추모할 수 있도록 헌화단을 운영했다. 롯데지주 임직원들은 신격호 창업주 울산 선영에도 추모의 뜻을 담아 꽃을 전달했다.
롯데그룹은 기존에는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 당일 오전에 추도식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있는 만큼 VCM을 지난 9일로 앞당겨 진행하면서 이날 추모식 외 별다른 행사는 없었다.
신 회장은 앞선 VCM에서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바 있다. 그룹이 위기를 맞이한 이유로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를 꼽으며 고위 임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주문하며 한 해의 경영 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 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을 제시했다.
롯데는 신 회장의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시에 따라 강한 쇄신 작업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구조개혁과 동시에 신사업 모색 및 수익률 회복에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다.
롯데는 "신 회장이 지난 9일 VCM에서 사장단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 시각에서 사업 모델 재정의 및 사업 조정을 주문한 만큼 올해 신격호 창업주의 혁신과 도전 정신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1세대 재벌 총수 중 드물게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본 롯데 대표직과 사장직을 역임하고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해 모국 투자를 개시했다. 이후 호텔과 상사, 유통,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며 한국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2020년 1월 19일 향년 9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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