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리더십 부재 속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당분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대미 외교를 진두 지휘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침 없고 예측 불가능한 성향 때문에 '정상 외교' 부재가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조 장관이 그간 다져온 외교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외교 고위 당국자 등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며 한·미 동맹을 굳건히 나갈 수 있도록 조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퇴임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2주 앞둔 상황에서 방한한 토니 블링컨 전 미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 외교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렸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정부 대표로 조현동 주미대사가 참석하면서 조 장관은 조기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 조 장관이 방미를 통해 미국 고위 당국자 등과 만남을 갖게 된다면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등을 더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트럼프 2기 집권에 맞춰 퇴임한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 후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꾸준히 소통하며, 북한·북핵 문제 등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필요성을 피력할 전망이다.
특히 조 장관은 미 신행정부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교부는 전날 트럼프 발언과 관련해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 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상 등 대북 관여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응해 왔다고 밝혀 온 1기 행정부와 대선 과정에서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던 중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첫 임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김 위원장을 "터프한 녀석(tough cookie)”이라고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