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물이 9만건을 돌파했다. 주택 시장 경색을 불러온 대출 규제 강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 거래 없이 매물이 쌓이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수는 9만114건에 달했다. 지난해 연말(12월 31일) 8만7754건과 비교하면 2300건 이상, 1년 전인 같은 해 1월 22일 7만5104건과 비교하면 1만5000건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지난달 4일 9만340건, 지난해 11월 20일 기록한 9만274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매물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초 4만여 건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연말 7만건대로 치솟았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위축된 지난해 하반기엔 8만건대로 다시 한번 뛰었다.
25개 자치구별로 보면 중랑구 아파트 매매 물건수는 이달 22일 기준 2511건으로 1개월 전 2393건보다 4.9% 늘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는 2585건에서 2707건으로 4.7%, 강서구는 4323건에서 4514건으로 4.4% 각각 증가했다. 서울 집값을 이끌고 있는 강남구는 7992건에서 8309건으로 한 달 사이 3.9% 불어났다.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거래는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이뤄진 서울 시내 아파트 매매 거래는 952건에 불과하다.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이 아직 남아 있지만,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한 그해 1월(2687건)보다 거래량이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강남 3구(강남·서초구·송파구) 거래량도 크게 꺾였다. 이달 강남구에서 매매 계약이 체결된 아파트 물량은 37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지난달 162건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131건에서 21건, 송파구는 234건에서 41건으로 각각 축소됐다.
또 다른 인기 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마포구는 이 기간 116건에서 51건으로, 용산구는 47건에서 18건, 성동구는 142건에서 49건으로 각각 줄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경색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탄핵 정국 장기화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여전한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동결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매수 심리가 쪼그라들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지역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35.4로 3주 연속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KB부동산이 표본 공인중개사무소를 조사해 집계한 수치로 100보다 크면 매수자가, 100을 밑돌면 매도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초 주택 시장의 여신 환경은 개선됐지만 탄핵 정국과 경기 위축, 겨울 비수기가 겹치며 냉각된 주택시장을 녹이기에는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 "한번 움츠리기 시작한 거래 시장은 매수심리 움직임 없이는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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