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열린 현 시점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힌다. 거대 야당 대표로 탄탄한 지지층을 자랑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다만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와 보수층의 강한 거부감은 변수로 꼽힌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6.3%)한 결과,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가 3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1%),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3%),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2%) 순이었다.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을 참조하면 된다.
무(無)수저에서 대선주자까지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초등학교 졸업 후 가족을 따라 경기 성남으로 이주해 14살부터 성남공단에서 소년공 생활을 했다. 열악한 근로환경에 후각과 청각에 문제가 생겼고 왼쪽 팔은 불구가 됐지만,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1982년 중앙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1986년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1987년 사법연수원생 시절 노무현 변호사(전 대통령)의 강연에 감명받고 노동·인권 변호사 겸 시민사회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에 입당해 정계에 입문하고 2010~2018년 성남시장, 2018~2021년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받으며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체급을 키웠다. 2022년 3월 20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이 대표는 1614만표를 얻어 역대 대선 낙선자 최다 득표를 기록했는데, 이는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득표(1342만표)보다 270만표 많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휴식기 없이 같은 해 6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하고, 8월에는 민주당 대표직에 오른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후 대표직 연임에도 성공한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안티테제'(antithese·반대)로 각종 이슈에서 날을 세우며 정국을 이끌었다.
강점은 경험·추진력...'사법리스크'에 걸린 명운
이 대표의 강점은 무수저에서 시작해 대선주자까지 올라오면서 축적한 폭넓은 행정·정무 경험과 각종 난관을 돌파하는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추진력이 꼽힌다. 최근 몸을 사리고 있지만 대중의 이목을 끄는 직설적인 '사이다 화법'의 소유자다.
'일극체제' 비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당 장악력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다른 당내 경쟁자들을 손쉽게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윤 대통령의 12·3 계엄사태 이후 높아진 '정권교체론'에 힘입어 여의도 정가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 대권가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이 대표는 현재 8개 사건에서 12개의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라며 "가위바위보 게임을 10번 해서 모두 이겨야 하는 난이도"라고 설명했다.
당장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 항소심(2심) 결심 공판이 다음 달 26일 열려 이르면 3월 말 선고가 유력하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확정되거나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해야 열릴 조기 대선은 빨라도 4~5월이 전망된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대표로선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나 당선무효형(100만원 이상 벌금) 미만 형량을 받아야 한다. 만약 2심에도 1심 형량이 유지된다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어 차기 대선 출마 역시 좌절된다.
만약 이 대표가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는다면 3심 대법원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조기 대선 출마는 가능하지만 가중된 사법리스크는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 본선에서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표가 2심에서 극적 생존한다면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무리한 정적 죽이기'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도층 지지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외 가족 관련 도덕성 논란과 '말바꾸기' 신뢰도 논란 등이 이 대표의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미 여러 차례 노출된 이슈들이기에 조기 대선 국면에서 영향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