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이병헌 "'오징어 게임3' 재미도, 상실감도 더 깊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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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5-0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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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힘은 셌다. 할리우드 진출 1세대로 손꼽히는 배우 이병헌마저도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질 정도로, '오징어 게임'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지난 2021년 공개돼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 문화, 전통놀이까지 모든 게 '유행'했고, 국내외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3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인기도 엄청났다. 공개 직후인 12월 26일 92개국에서 1위에 올랐고 28일에는 93개국 1위를 기록하며 영광을 재연했다. 이후로도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지키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을 담는다. 배우 이병헌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프론트맨'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오징어 게임2'에 대한 반응이 정말 놀라웠어요. 시즌 1 때는 제가 가면을 쓰고 나왔잖아요. 그래서 프로모션이나 해외 반응을 직접 체감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미국에 갔을 때도 사람들이 '어?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사실 나 오징어 게임 프론트맨이야'라고 말한 적도 있었죠. 그런데 팬들이 모여 있는 걸 실제로 보니까 정말 놀랍더라고요. 이제는 저도 이 현상을 즐기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시나리오를 읽고 이병헌은 군말 없이 황동혁을 따르기로 했다. 황 감독의 천재적인 상상력과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에 감탄했다고 부연했다.

"시즌2 제작이 결정 났을 때까지만 해도 황 감독님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글 쓰기 전이라서 아무 구성도 되어있지 않았다고요. 그 뒤로 6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는데 저는 '황인호'의 시점에서 쓰는 이야기 일 줄 알았더니 '현재 진행형'으로 이야기를 쓰셨더라고요. 흔하게 할 수 있는 생각을 뒤집은 거죠. 생각지 못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짜임새 있게 글을 쓰다니.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오징어 게임2'은 미스터리한 인물 '프런트맨'이 이야기를 이끈다. '프런트맨'이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게임 참가자들 사이로 유유히 걸어들어오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청자는 알지만 성기훈이 프론트맨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부분이 큰 재미일 거로 생각했어요. 오일남은 마지막 부분에 큰 반전을 줬다면, 오영일은 시청자와 나만 알고 있는 은밀한 계획을 이루어 나가는 거였죠. 시청자들은 프론트맨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프론트맨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을 거로 생각해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이병헌은 극 중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그는 '황준호'(위하준 분)이 찾는 형 '황인호'이자, '성기훈'이 애타게 찾는 '프론트맨'이고, 오징어 게임 참가자인 '오영일'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언제나 그렇듯, 세 인물의 심리를 낱낱이 표현했고 극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황인호'는 프론트맨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이었을 거예요. 동료들과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아주 작은 감정적 흔들림을 겪기도 했을 거고요. 하지만 그의 기본적인 목적은 성기훈이 잘못된 신념을 가졌음을 깨닫게 하는 일이었어요. 그를 무너뜨리는 게 목표죠.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이병헌은 각 인물의 감정 표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느낀 그 미세한 감각은 모두 의도로 만들어진 장면이라는 부연이었다.

"황 감독님과 감정 표현에 관해서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절제해야 할지, 보여줘야 할지 선을 정하는 게 일이었죠. 형사였던 '황인호', 모든 상황을 겪은 '프론트맨'과 '오영일'까지. 이 '역할'로서 표현해야 하는 감정들에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럼에도 이 캐릭터의 핵심은 '황인호'였다. 그는 '황인호'로부터 감정을 쌓고 각 인물에 녹여내며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인물의 감정선을 만들어 나갔다.

"'황인호' 다니던 직장에서도 쫓겨나고 아내와 아이까지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남자가 '오징어 게임'에 들어가게 된 거잖아요. 또 그곳에서 인간의 밑바닥을 보고 경험하며 비관의 끝을 달리게 된 거예요. 그런 '황인호'가 평범한 사람인 '오영일'이 되어도 시원하게 환호하고 즐길 수 있을까요? '황인호'가 '오영일'이 된다고 얼굴에 그늘이 없을까요? 모든 걸 겪은 '프론트맨'이 '긴장감'을 느낄까요? 각 인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선'을 맞추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프론트맨'은 '성기훈'의 '영웅 놀이'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줄곧 기대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병헌은 '프론트 맨'이 바라는 건 "성기훈이 자신처럼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론트맨의 목적은 성기훈이 자신의 신념이 잘못된 것을 깨닫게 하고 무너뜨리는 것이에요. 그리고 성기훈도 나처럼 깨닫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저렇게 자기 신념을 지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감정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쩌면 '성기훈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병헌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동료 배우 이정재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오랜 시간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호흡은 맞춘 건 이 작품이 처음이라고.

"아무래도 서로 호흡을 맞춰본 적은 없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을 봤잖아요. 시상식장이나 파티에서, 아니면 다른 배우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가서 늘 봐왔던 친구니까 호흡을 맞추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어요. 그 친구도 그 세월 동안 연기를 했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눈빛만 보면 바로 연기할 수 있을 정도로 편했어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배우 이병헌 [사진=넷플릭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시즌3에 관해서도 귀띔했다.

"시즌3에서는 각자의 사연도 깊어지지만, 캐릭터 간 관계에서 유기적인 드라마가 생길 거예요. 캐릭터에 더 정이 든 상태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 큰 상실감과 슬픔을 느끼실 것도 같아요. 이제 이야기가 종결돼요. 보다 더 재밌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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