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은 연준이 '매파적(긴축 선호)'으로 돌아섰다고 봤다. 연준이 뜨거운 고용 지표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를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은 탓이다. 3월 인하는커녕 연내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은 뉴욕사무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는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에 3월에도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신중론이 확인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도 대폭 줄었다. 내수 부진 장기화를 고려해 2월에는 금리 인하를 강행할 수 있지만 고환율 여파로 물가도 다시 불안해지는 상황이라 2월 이후에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50%포인트에 달해 나홀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수록 강달러 기조도 강화돼 한은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계엄 여파로 치솟은 환율은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때 소비자물가는 0.06%포인트 상승한다. 고환율에 원유 수입 단가 부담도 커지는 중이다. 주유소 기름값이 15주 연속 상승하면서 서울 기준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00원을 넘어섰다.
최근 꾸준히 올라 지난달 1.9%에 도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 2%를 넘어선 뒤 상당 기간 2%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 동결 장기화는 한은의 적극적인 완화 정책을 제한하는 요인"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과 고환율 장기화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며 한은의 운신의 폭을 좁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결정을 놓고 한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2월에 금리를 내리고 하반기 중 한 차례 추가로 인하하는 등 인하 횟수가 2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재정 확대 정책이 미뤄지는 가운데 한은의 통화정책 완화 속도까지 더뎌지면 경기 부양의 길이 막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이 계속될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등 정치 불안까지 겹쳐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분기 역성장, 3·4분기 연속 0.1%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 하강 경고음이 커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IB들의 눈높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씨티는 1.4%, JP모건이 1.2%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미국 신정부의 통화·대외 정책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관계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유지해 미국 정부의 정책 동향과 시장에 대한 영향을 지속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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