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이 11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와 내년 코스피 실적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한미 금리 동결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3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2013~2023년 코스피 상장사의 재무제표(연결 기준)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3%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1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이며, 영업이익률이 4%대로 내려앉은 것은 처음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3년 5.5%에서 2017년 8.5%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2018년 8.0%, 2019년 5.1%로 하락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5.5% 수준을 유지한 뒤, 2021년 8.0%로 반등했다가 2022년 5.8%, 2023년 4.3%까지 감소했다.
특히 자산총액이 작은 기업일수록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 비용 부담 증가, 소비 둔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매출 대비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비해 공급망 관리 및 원가 절감 대응력이 낮아 외부 경제 충격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총액 1000억원 미만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9%로 나타났으며,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기업과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3.3%, 4.5%를 기록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와 내년까지 코스피 상장사 실적 둔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활동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본순이익률(ROA)도 2년 연속 하락하면서, 2023년 2.0%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4.9%) 이후 연속적인 감소세로, 2013년(3.3%)보다도 낮은 수치다.
코스피 실적 둔화 우려와 맞물려 글로벌 금리 정책도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존 4.25∼4.50% 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한미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수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리 차이에 따라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수급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관과 연기금의 역할이 시장 안정화에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한 현 상황에서 금리 동결 기조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전망도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신호를 강하게 보내지 않는 한, 한국은행도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경우 하반기에야 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