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트럼프 2기 외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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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5-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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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공화당의 한국계 영 김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칼럼이 한동안 논란이 됐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세력, 곧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을 훼손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 때문이다. 

영 김 의원은 이후에도 국내외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사한 주장을 펼쳤고,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한국 여야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에 그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을 가리키며 한국의 외교정책이 친중 기조로 흐를 가능성에 경계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렸고 일부 현지 교민들은 영 김 의원의 사무실을 찾아 내정 간섭이라며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영 김 의원은 지난 달 미 의회에서 한반도 문제에 직접 관여하는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으로 재선임된 인물로, 미국 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받는 만큼 발언의 무게감도 상당하다. 그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북중러 등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들을 보고 있자면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경계심이 과도한 나머지 한국과 해당 국가들 간의 유화론 및 정상적인 법적 절차에 근거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까지도 문제 삼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미국과 일본에게 입안의 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밀착하는 외교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미국, 특히 북중러에 맞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주장해 온 보수권 인사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야권이 북한, 중국 등에 다소 유화적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한미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우리는 이미 몇 차례의 진보 성향 정권에서도 한미 동맹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아왔다. 오히려 미국을 당혹케 한 것은 난데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이다. 또한 미국이 자신들의 외교적 목적을 앞세워 위헌·위법적 요소가 다분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옹호한다면 이는 결국 한국에 또 다른 비극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의 지원 혹은 묵인 속에 탄생한 전두환 정권이 어떤 참상을 초래했는지 생생히 알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 소통하는 것은 수출 등을 위한 경제적 목적이 크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도 양국 간 무역이 상당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한국의 입장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분명한 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와의 소통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오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가운데 민관이 하나 되어 트럼프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대통령, 총리 탄핵 심판과 함께 대행체제가 진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교력이 충분히 힘을 받기 어려운 상태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2기의 한반도 정책이 윤곽을 잡아가려는 현재의 중요한 시기를 흘려보낼 수는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처럼 남은 정부, 국회 인사들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시기이다.

미국은 70여 년전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한국을 도운 분명한 혈맹이고,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영 김 의원의 지적대로 북중러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고, 한미 동맹 역시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의 상황과 입장을 오판하지 않고, 또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다.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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