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를 가거나 해외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을 목표로 하는 인재가 많아지도록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첨단산업 인재양성 과정이 높은 수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제도 및 지원 정책의 미흡함으로 인해 과학 분야를 기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렵게 양성한 과학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의 미래 인재를 대표하는 차무겸 학생(경기과학고 졸업, 서울대 진학)은 “한국의 인재 양성 과정은 상당히 효과적”이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재능 있는 학생들이 다양한 과학 분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차 학생은 ‘국제 생물올림피아드’ 수상자이자 지난해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2025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국내 미래 인재를 대표해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과학 인재 배출이 어려운 원인 중 하나로 올림피아드를 비롯한 과학 분야 실적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2010년부터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수학·과학·외국어 등 교과목 관련 수상 실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2014년부터는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에도 이를 기입할 수 없도록 변경했다. 이에 따라 무리한 스펙 쌓기를 방지하려는 의도와 달리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 도전하는 학생 자체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차 학생과 같은 과학 영재들은 입시와 무관한 과학 분야 성과를 위해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미국, 중국 등은 올림피아드 성적을 입시에 적용하고 있다.
차 학생은 “이러한 제도적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재능 있는 학생들이 입시 준비에 집중하느라 올림피아드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또한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국내 대학이 아닌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재들이 과학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과학 관련 직종을 목표로 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늘어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일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한국의 인재 양성 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차 학생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교에서는 과학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고등학생 때부터 분자생물학, 생화학 등 다양한 심화 분야에서 실험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지식을 쌓을 기회를 얻을 수 있고, R&E(연구·교육) 활동을 통해 연구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활동 경험들은 생물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선발 과정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별도의 사교육 없이도 생물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은 한국의 과학 특화 인재 양성 과정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훌륭한 교육 과정에도 불구하고 입시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차 학생의 경험이다.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창업과 연구 활동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가치관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 외국 기업이나 외국계 연구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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