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 신용등급 'AA-'·등급전망 '안정적' 유지…정부 "신인도 관리 총력"

성장률 전망은 1.7%로 하향 조정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중반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6일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과 동일한 'AA-,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지난 2012년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뒤 현재까지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로 내다봤다. 지난해 예상한 2.0%보다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한국은행 예상치인 1.6~1.7%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정부 전망치(1.8%)보다 낮다. 내년에는 소비, 설비, 건설 투자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 수준을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다른AA 등급 국가 수준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됐고 중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의 하향 경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상방요인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정치적 교착이 길어지면서 경제·재정정책 효과성이 훼손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하방요인으로 평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위험요인 중 하나다.

피치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 개월 지속될 수 있지만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재정수지는 지속적인 재정수입 회복과 지출 통제 노력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고령화 지출로 정부 부채가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고금리 장기화에도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 역시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대응과 구조조정 노력에 따라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4.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강달러 현상 등 원화 약세에도 정부의 정책 대응에 따라 자본 유출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대북 리스크는 여전한 가운데 최근 북러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韓 경제 흔들림 없는 신뢰 재확인"

정부는 이번 평가에 대해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피치의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재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피치, 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평사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각각 두 차례 실시해 국내 정치 상황과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며 "지난달에는 범정부 국가신용등급 공동대응 협의회를 출범해 관계 부처와 대응하는 등 대외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11~14일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찾아 글로벌 신평사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들을 만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