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27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수해 역대 두 번째 최장 순매수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운용 규모가 큰 국민연금기금이 국내 주식을 저가 매수하며 연초 국내 증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통해 기금 운용 규모가 늘어나면 국내 증시가 더욱 더 활성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1%(17.78포인트) 오른 2539.05에 마감했다. 개인은 4735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1437억원, 2453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기관투자자 가운데 연기금이 587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코스피 상승에 힘을 실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코스피에서 27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 기간 누적 순매수 규모는 2조6017억원에 이른다. 이는 1998년 한국거래소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길게 이어진 순매수 행진이다. 연기금의 역대 최장 기간 순매수 기록은 2011년 11월 10일부터 2011년 12월 23일까지 32거래일 동안 2조2023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사례였다.
연기금 움직임은 장기투자 전략 관점으로 설명된다. 국민연금기금의 지난해 말 코스피가 하락해 추가 매수 여력이 생겼다. 2024년 초 2600선으로 시작한 코스피는 11월 말부터 2400선으로 떨어져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투자 상대 비중이 줄어 국내 주식을 더 매수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27거래일 동안 시가총액 상위주 중 삼성전자 6149억원, SK하이닉스 2374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1721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은 2029년까지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을 13.00%까지 축소를 목표하고 있지만 기금 규모가 불어남에 따라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현재보다 늘어난다. 국민연금기금 운용 규모는 2024년 11월 말 기준 1185조원이다. 국내 주식에는 141조원을 분배하고 있다. 다만 국내 주식 비중은 점차 줄어들더라도 절대적인 금액으로 보면 2041년까지 1778조원 이상 기금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주식 투자는 더 증가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연기금의 투자 전략이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 활성화와 미래 수급자가 될 전체 국민의 노후 소득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가 국민연금 적립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한 대책을 논의 중이고 정치권 중심으로 내는 돈(보험료율)과 소득 대체율(받는 돈)을 손질하는 '모수개혁'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조속히 이뤄내 국내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모수개혁은 보험료 정상화를 통해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고 증시 안정을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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