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9/09/20240909094323589461.jpg)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필자에게는 고1 아들이 있는데 그런대로 부모 속 썩이지 않고 건강하게 크고 있다. 그런 아들의 입맛이 살짝 독특해서 부모 입장에서는 신경이 좀 쓰인다. 예를 들면, 대체로 한식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아직 김치를 매워한다. 햄버거는 쏘스 없이 빵과 패티와 치즈만 주문해서 먹는다. 느끼하지 않니라고 물어보면 자기는 쏘스의 물컹한 느낌이 싫고 고기 패티와 치즈가 좋다고 한다. 생선도 비린다고 가자미나 금테 구이만 먹는다. 사실 그런 몇 가지만 신경쓰면 아들놈 밥상 차려주는 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이놈이 생선회 맛을 알기 시작했다. 그것도 초장이나 간장도 없이 생선회만 먹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아들 입맛을 고려하면 어쩌면 이놈은 생선회의 진짜 맛을 알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의 생산회는 오롯이 나와 아내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회 3~4개를 한 번에 집어삼키는 아들 것까지 더해야 한다.
서울에 도매수산시장 어디를 가도 그 엄청난 가게 숫자와 규모에 놀란다. 소매로 구매하는 필자야 아무리 일찍 가도 아침 8~10시인데, 그때 가면 도대체 TV로만 봤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없다. 모르긴 몰라도 그분들은 우리가 잠이 들 때 일하시는 것 같다. 극한직업 중에 최고로 힘든 극한직업이 아닐까 한다.
어업의 가치사슬도 농업이나 제조업과 유사하게 생산 – 가공 – 유통 – 소비와 유사하게 구분할 수 있다. 생선 등의 해산물을 생산해서 선별·저장·포장·가공하고 유통 단계를 거쳐 국내외 도소매 시장으로 판매하여 소비자가 소비하는 흐름이 있다. 바로 위에서 해산물을 생산한다고 했는데, 바다 위에서의 생산은 어획과 양식을 구분할 수 있다. 어획은 양식보다 더 위험하고 생산의 계획이 불확실한 측면이 있고, 양식은 그 반대로 덜 위험하지만 생산량의 예측이 더 용이하다. 그러한 불확실한 생산의 제약성으로 인해 양식보다는 어획(즉, 자연산)에 대한 높은 선호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소비자의 수요를 잡기 위해 생명의 위협이 될만한 험한 바다에서의 파도와 바람을 버틴다. 한번 나가면 몇 날 며칠, 몇 달을 바다 위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힘든 시간을 버틴다.
바다 위에서 작업하는 것이 힘들고 고되어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어획 이외의 다른 생산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발전된 어망 및 그물 시설이나 정확한 어장 탐색 기술 발전에 힘입어 대규모 어획이 가능해지면서 수산 자원 고갈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추진되었다. 대표적인 방향이 양식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고 실제로 양식 수산업 소비량이 2013년 415만 톤에서 2022년 540만 톤으로 증가하였다. 국내 수산물 공급량 중에서 양식수산물 비중은 1990년 24%였던 것이 2010년 44%, 2022년에는 63%로 절반을 넘어섰다. 그만큼 시장과 식당에서 자연산 수산물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만 독특하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 수산물 생산량 중 양식수산물 비중은 1990년 17%에서 2010년 47%, 2020년 58%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양식 생산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양식업은 힘든 업종이다.
어렵고 위험하다고 보이는 수산업을 보다 쉽고 안전한 작업장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획량을 식별하는 기구로서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CCTV를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고, IoT 센서를 활용하여 수질, 사료 및 질병 관리 등 양식 과정에서의 상황을 데이터화하고 각종 이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 정부의 양식업 발전 방향도 스마트·자동화 체계 전환으로 잡고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품종별 대규모 첨단기술 실증 양식단지를 조성하여 그곳에서 점검 완료된 스마트 기술을 실제 일선 양식장으로 확산될 수 있게 단계별 보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추진 전략에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사항은 현실적인 데이터, 현장의 문제가 가감없이 담긴 자료를 반영하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여주기식 기술 시범이나 플랫폼 개발에 집중한다면 실증 단지에서는 작동하던 것이 일선 양식장에서는 활용되기 힘들 것이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스마트양식장이 또 다른 예산 잡아먹는 시설로 전락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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