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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 체제' 깨진 엔비디아… 中 성장 바라만 보는 삼성·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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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입력 2025-0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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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시크 등장으로 저사양 AI칩 가능성 확인

  • 中 시장 확대 불구 美규제에 HBM 수출 막혀

  • CXMT, 범용 D램 이어 HBM 생산확대 추진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등장한 이후 AI 생태계 판도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AI 가속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도 위협받고 있다. 저사양 AI칩을 활용한 AI 개발 열풍이 확산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엔비디아만 바라보던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눈치 때문에 중국 진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레거시(범용) D램 시장에서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까지 쫓기면서 디스플레이 패권을 내줄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AI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딥시크에 이어 중국 대기업들도 투자와 인프라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제2의 딥시크'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공개된 딥시크의 AI 모델 'R1'은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미국 빅테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됐고,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해 누구나 자유롭게 기본 코드 등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AI 굴기'는 반도체 산업과도 직결된다. 현재 AI 생태계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AI 가속기가 약 80% 점유율로 시장을 지배해 왔으며, 이 제품에는 한국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는 HBM이 탑재된다. 현존 최신 HBM인 5세대(HBM3E)는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 중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칩의 높은 가격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딥시크가 저사양 칩으로도 AI 모델 구동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엔비디아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AI 시장이 확대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규제로 지난해 말부터 중국으로 HBM을 수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규정에 따라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

한국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 반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HBM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지원 아래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두 등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칩 개발로 '반도체 굴기'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중국발 저사양 AI 시장이 확대되면 HBM도 레거시 메모리처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CXMT를 포함한 중국 D램 업체들이 레거시 제품을 물량으로 밀어붙이면서 지난해 D램 가격 하락을 초래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가격은 지난해 8월 하락 전환한 뒤 9월 -17.07%, 11월 -20.59% 등 두 자릿수로 급락한 바 있다. 선단 제품인 DDR5도 지난해 11월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3.9달러로 전월 4.05달러 대비 3.7% 떨어졌다.

해외에서도 중국의 한국 반도체 추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하면서 CXMT에 대해 "빠른 성장세로 '눈덩이(snowball) 효과'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정확히 1980∼1990년대 메모리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몰아낸 방식이며, 이제 비슷한 일이 한국에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TV 산업도 2000년대 초·중반 브라운관(CRT)에서 LCD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본을 넘고 세계 1위에 올라섰지만 현재는 중국에 LCD 패널 주도권을 내주면서 TV도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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