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라스틱 용축물, 지속 섭취 자체로 해롭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용출된 화학물질을 실험용 쥐에게 장기간 투여한 후, 장내 환경과 심장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플라스틱 노출 빈도가 높을수록 울혈성 심부전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그 원인으로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로 인한 염증 증가를 꼽았다.
울혈성 심부전이란 심장에서 체내로 내보내는 혈액 펌프 기능이 저하돼 심장의 기능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플라스틱에는 2만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으며, 특히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과불화화합물과 같은 물질이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연구진은 끓인 물을 플라스틱 용기에 각각 1분, 5분, 15분 동안 담아뒀다가 쥐에게 여러 달 동안 먹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쥐의 장내 미생물과 대사산물을 분석한 결과,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대사물질이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심장 조직을 확인한 결과 심장 근육에도 손상이 발생했으며 1분, 5분, 15분 동안 노출된 그룹 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플라스틱 용출물의 지속적인 섭취 자체가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성인 31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플라스틱 노출에 대한 12개 질문을 통해 △쇼핑백 △티백 △물병 △도시락 △테이크아웃 용기 △식기와 같은 플라스틱 품목을 사용했는지 물었다. 연구 결과 전반적으로 플라스틱에 많이 노출되면 심부전 발병 위험이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난연제 검출되는 검정 플라스틱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환경·건강 연구단체 ‘독성 없는 미래(Toxic-Free Future)’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가 공동 발표한 연구를 인용해 “전자제품에 사용되던 난연제가 함유된 플라스틱이 소비자 제품 제조에 재사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발암 및 호르몬 교란 화학 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에서 대상으로 사용된 검은색 플라스틱 가정용 제품 20개 중 17개에서 최대 2만2800ppm의 난연제가 검출됐다. 일부 제품에는 금지 물질인 데카-BDE가 검출됐는데, 유럽 연합의 허용량(10ppm)보다 5~1200배 더 높았다.
특히 초밥 접시, 주걱, 구슬 목걸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독성 난연제가 검출됐다. 또 전자 제품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스티렌 플라스틱이 폴리프로필렌이나 나일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독성 난연제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난연제는 제품에 첨가하여 연소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화염 확산을 늦추는 화학 물질로, TV 외장재 등에 쓰였다. 연구자들은 이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된 플라스틱 중 일부가 가정용 제품에 재사용된다는 점에 대해 걱정했다.
일부 난연제는 갑상선 문제, 생식 기관 합병증, 신경독성이나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에겐 주의력 지속시간 장애, 운동 능력 저하, 인지 발달 지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 플라스틱 용기,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사용하지만, 이는 유해물질 용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전자레인지 사용 시에는 PP(♵) 소재 용기만 사용해야 하며,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도자기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또한 뚜껑을 닫고 돌리면 내부 압력이 높아져 더 많은 유해물질이 방출될 수 있으므로 뚜껑을 살짝 열어 두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은 온도가 높을수록 환경호르몬이 용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플라스틱과 반응하여 유해물질이 더 쉽게 방출될 수 있다. 따라서 뜨거운 음식이나 국물 요리는 유리나 도자기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
생수병이나 음료수병(PET, ♳)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세균이 번식할 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이 용출될 위험도 있다. 이러한 일회용 용기는 가급적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용기가 긁히거나 변색되면 유해물질이 더 쉽게 나올 수 있다. 표면이 손상된 용기는 즉시 폐기하고, 가능하면 유리, 스테인리스, 실리콘 용기 등 친환경 소재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