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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불법점거 노조에 '면죄부' 준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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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5-0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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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우비를 입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노조 가입이 제한적이고 단체 교섭력이 지극히 낮은 노조는 사회적 약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노조는 높은 임금, 안정적 일자리, 정부·국회와 매우 강한 협상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현대차와 삼성전자, 철도·전력·공기업 노조는 사회적 약자라 볼 수 없습니다."
 
최근 기자가 "한국 사회에서 노조를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지 챗GPT가 내놓은 대답이다. 그렇다. 노조는 사회적 약자이고, 이런 사회적 약자를 법원이 보호하려는 노력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평균 연봉 1억원이 넘고,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적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노조라면 어떨까. 이들을 보호하는 게 과연 노조법 취지일까. 2025년 법조계가 마주한 가치관의 혼란이다.
 
재계에선 현대차 공장 불법 점거 노조원들에 대한 판결이 뜨거운 감자다. 최근 부산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및 지회 노조원의 불법 쟁의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현대차 측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2년 8월 지회 노조원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라인 등을 불법으로 멈춰 세웠다. 그러나 법원은 노조의 공장 불법 점거 행위는 유죄로 인정하지만 이 기간 초래된 회사의 매출 감소와 고정비용 손실 등을 모두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불법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인정하지만 파업 후 노조가 추가 작업을 통해 생산 부족을 만회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는 어리둥절이다. 형사적으로 이미 유죄가 선고된 사안인데 피해를 특정할 수 없어 배상책임을 면제한다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민법의 기본 원칙인 '입증 책임의 원칙'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한다. 노조가 본인들 주장인 '파업 후 추가 생산으로 부족분이 만회됐다'는 주장을 관철하려면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수요에 따라 매월 생산량이 바뀌는 자동차업의 특수성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추상적인 연간 생산량만 보고 목표치를 달성했다며 회사 측 피해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불법 파업이 발생한 2012년 8월 현대차는 당초 계획보다 1만2700여 대를 적게 생산해 큰 피해를 봤다. 실제 다수 노조원들이 회사 측 주장을 인정하기도 했다. 법원이 '노조=사회적 약자' 툴을 기계적으로 대입하면서 형사와 민사 재판 결과를 서로 상충되게 판단해 스스로 법적 불일치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에선 이번 판결이 하나의 선례가 돼 노조의 불법 파업을 방관할까 우려하고 있다. 노조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면서도 민사상으로는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사실상의 첫 판례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노조가 걸어 놓은 소송만 수십 건"이라며 "기업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향후 다양한 노조의 불법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고 아쉬워 했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자의적 해석'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사회'다. 법원이 '노조=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다면 진짜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는 법의 테두리에서 더 밀려날 수 있다. 요즘 MZ 노조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업무 매뉴얼보다 '노동법'에 더 빠삭하다고 한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국민 저항권'으로 보는 세대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 대혼란의 시대, 마지막 보루인 법치가 무너지면 기업은 물론 개인의 자유도 존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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