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30만원대였던 금반지 1돈 가격이 어느새 6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금값은 왜 이렇게 갑자기, 빨리 오르고 있는 것일까요?
금값, 연일 최고치…트럼프 등장에 안전자산 '주목'
26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금 시장에서 1㎏짜리 순도 99.99%의 금 가격은 지난 14일 1g당 16만3530원을 기록했습니다. 2014년 3월 24일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금값이 오르는 이유를 알려면 우선 금의 특징부터 알아야 합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물가가 상승하거나 경기가 침체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치가 높아집니다. 금값이 올랐다면 그만큼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지난해 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일인 1월 20일까지 큰 변동(1.08%)이 없던 금값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이날까지 25%가량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2월 금값이 1g당 8만6000원 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입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국제 금 선물이 온스당 2973.4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금값을 결정짓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최근의 급등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취임 직후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향한 관세 정책이 본격화됐는데요,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가 글로벌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 탓이죠.
귀해진 금…골드바 대신 골드뱅킹·금ETF는 어떠세요?

가파른 가격 상승에 전국에서는 '금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을 공급·유통하는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11일 온·오프라인 판매처와 13개 금융권 위탁판매처에 골드바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골드바 등 실물 금 구매는 빨라도 다음 달 말은 돼야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 투자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은 관련 상품 가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골드뱅킹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달 18일 기준으로 신한·국민·우리은행의 골드뱅킹 계좌 수는 28만286좌를 기록했습니다. 1월 말과 비교하면 보름여 만에 2만좌 넘게 추가 개설된 것입니다. 골드뱅킹 잔액은 7528억원에서 9001억원으로 20% 가까이 늘어났죠. 특히 골드바 판매 중단 시점을 기점으로 가입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의 인기 덕분에 금 상장지수펀드(ETF) 성과도 좋습니다. 국내에 상장된 금 ETF 중 순자산 1위인 'ACE KRX 금현물'의 경우 올해 들어 수익률이 최고 27%까지 치솟았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65%)의 4배 수준입니다. 'KODEX 골드선물', 'TIGER 금은선물' 등 다른 금 ETF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금 관련 상품에 투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중은행의 골드뱅킹과 국내상장 금 현물·선물 ETF는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기 때문에 실질 수익률은 생각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친 금액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금 인기 언제까지 이어지나…"온스당 3300달러도 가능"
지금과 같은 금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온스당 3000달러에 근접한 금 가격에 부담을 느낀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는 있어도 올 상반기 중 금 가격이 3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봤습니다.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에 따른 가격 조정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금이 3000달러를 무난하게 넘길 경우 연말엔 금값이 33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 랠리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최근엔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과 은은 대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의 특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반응이 조금 늦더라도 결국에는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지요.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 중인 금과 달리 은은 2011년 기록한 역대 최고점인 온스당 50달러 수준을 하회하는 30달러 수준이어서 충분한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금리 급등을 초래하는 일시적, 또는 예상 밖 경기침체 쇼크가 없으면 금과 은 가격 동행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상 완화 기조가 지속되는 한 금 가격 강세 전망은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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