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투자자들은 상승 랠리가 끝나기 전에 올라타야 할지, 상승세가 언제 끝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값은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고, 기대보다 높은 물가에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점이 투자자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는 상승세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67% 상승한 트로이온스당 294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3일(2945.40달러) 이후 2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가격은 연일 상승세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0일 장중 한때 2968.50달러를 기록하는 등 3000달러 선도 넘보고 있다.
국내에서 금 현물을 거래하는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1g당 지난 19일 14만9850원에 거래됐다. 지난 14일에는 장중 16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들어선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에 KRX 금 현물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인식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정학적 리스크·관세 불확실성에 금 가격 급등
지난해부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금 가격은 상승세를 보여왔다. 중동 갈등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도 달러 하락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 가격을 밀어올렸다.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들어서도 금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타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본격적인 '관세 전쟁'에 나서자 금 투자가 이어졌다. 경기가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짙은 상황에선 안전자산으로 투자 수요가 몰린다.
금 가격은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달러화는 올해 1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금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금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 만한 이슈는 미국 기준금리다.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5%다. 이는 2023년 8월 집계된 0.5% 상승 이후 최대치다. 시장 예상치인 0.3% 상승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월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예상치를 상회했다.
CPI 발표 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2%) 수준을 웃도는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발 관세 공포···금 가격 강세 지속
그럼에도 미국발 관세 공포가 이어지는 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에 시장 간 가격 격차로 인한 차익 거래가 늘었는데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다.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 시 미국 외 지역에서 미국 내 금 수입을 통한 차익 거래가 불가해진다"며 "실물교환(EFP)과 연계된 COMEX 매도 포지션이 대거 청산돼 미국 내외 가격 차이를 확대시키고 이는 COMEX 선물 가격을 추가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 부과가 다소 미뤄질 때에도 관세 우려가 잔존하는 한 미국 내 선물 가격의 상대적 고평가에 따른 EFP 차익 거래가 지속되면서 금 현물의 이동이 지속될 수도 있다"며 "관세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후에야 시장은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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