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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Biz] "中 문화수출 신3양"…K-드라마 위협하는 中 쇼트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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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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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틱톡 이은 글로벌 엔터 산업 새 파괴자"

  • 드라마박스·릴쇼트·쇼트맥스 글로벌 톱3

  • 中관영언론 띄우기 "中 이해하는 문화채널"

중국의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릴쇼트’가 미국 현지 배우·작가·감독과 함께 제작한 오리지널 쇼트폼드라마 사진릴쇼트
중국의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릴쇼트’가 미국 현지 배우·작가·감독과 함께 제작한 오리지널 쇼트폼드라마. [사진=릴쇼트]

병에 걸린 친엄마 의료비로 5만 달러가 필요하다며 아버지와 계모에게 애원하는 여주인공. 의붓언니는 자기 대신 전과자 출신의 악명 높은 재벌 가문 사생아한테 시집가면 5만 달러를 주겠다며 꼬드기고, 여주인공은 결국 친모의 의료비를 위해 요구를 승낙하고 마는데···.

최근 미국에서 대박을 친 중국 쇼트폼 드라마(길이가 짧은 드라마) ‘억만장자의 이중생활(원제 The Double Life of My Billionaire Husband)’ 첫 회 줄거리이다. 이 모든 일들은 단 90초 안에 이뤄진다. 자극적이고 다소 과장스러운 'B급 감성'의 이 쇼트폼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기준 무려 4억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첫 번째 시즌 조회 수(2억6500만뷰)보다도 많다.

중국에서 시작된 쇼트폼 드라마는 달콤살벌 로맨스부터 짜릿한 복수극까지 다양한 장르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로 중국은 물론 미국·한국·일본·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몰이하며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쇼트폼 드라마가 장기적으로 성공을 누릴 것”이라며 “올해에도 국내외에서 번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틱톡 이은 글로벌 엔터 산업 새 파괴자”
자료아주경제DB
[자료=아주경제DB]

‘전 남친의 충격적인 정체’ ‘나야말로 이 학교의 퀸카’ ‘여회장님의 은밀한 이중생활’. 자극적인 이들은 모두 쇼트폼 드라마 제목이다. 선정적이고 직관적이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60~10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쇼트폼 드라마는 편당 길이가 30초~2분으로 짧다. 빠른 전개와 세로형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형식이 특징으로, 모바일 중심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부합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바쁜 일상생활 속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몇 시간씩 볼 시간이 없는 현대인에 안성맞춤이다. 제작 주기도 2~3개월 정도이고 회당 제작비가 수천 달러에 불과해 두 달이면 투자수익도 회수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쇼트폼 드라마의 흥행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현재 중국 내 쇼트폼 드라마 시청인구만 6억명. 거의 중국 인구 2명당 1명은 본다는 이야기다. 최근 중국 내 시장이 점차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쇼트폼 드라마 업체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 대중잡지 버라이어티는 "중국 쇼트폼 드라마가 틱톡에 이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파괴자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쇼트폼 드라마···미국 정복한 中 최신 수출품
자료아주경제DB
[자료=아주경제DB]

현재 글로벌 쇼트폼 드라마 시장은 중국이 꽉 잡고 있다. 현재 해외시장에 출시된 중국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만 100개가 넘는다. 이 중 글로벌 ‘톱3’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은 드라마박스·릴쇼트·쇼트맥스다.

중국 쇼트폼 드라마 전문 미디어 '쥐펑잉(劇風營)'이 발표한 '2024년 중국 쇼트폼 드라마 수출 상업생태계 관찰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들 3대 플랫폼의 지난해 1~10월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는 총 1억4000만건으로 전체 톱10 플랫폼 가운데 4분의 3을 차지한다. 3대 플랫폼의 지난해 1~8월 매출도 2억 달러(약 2900억원) 이상이다. 

특히 릴쇼트는 미국 쇼트폼 드라마 시장의 선구자다. 중국 디지털출판기업 중원자이셴(COL) 그룹의 자회사 크레이지 메이플 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릴쇼트는 최근 몇 달간 미국 앱스토어에서 중국 쇼트폼 동영상플랫폼 틱톡이나 중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만큼이나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릴쇼트를 “미국을 정복한 중국의 최신 수출품”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중국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은 단순히 드라마를 번역해 해외시장에서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외국 배우·작가·감독과 함께 해외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도 직접 제작하고 촬영기법이나 시나리오를 수출도 한다.

예를 들면 쇼트폼 드라마 1회에 주인공 얼굴이 몇 초나 등장하는지, 어떻게 1분 30초 내에 빠른 반전 스토리를 보여주는지, 어떻게 하면 배우가 짧은 시간 내에 감정 폭발을 연기할 수 있는지 등 세세한 기술까지도 해외에 전수한다. 또 시나리오를 수출할 때는 현지 생활습관, 속어, 풍경 등 현지 문화에 맞게 세부적인 내용도 조정한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아이(DataEye)의 린치원 부총재는 중국 내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해외 쇼트폼 드라마 시장은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에 있다며 올해 더 많은 기업들이 쇼트폼 드라마를 개발하면서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中 문화수출 신3양···”中 이해하는 문화채널”

이제 쇼트폼 드라마는 온라인게임, 온라인문학과 함께 중국 문화 수출의 새로운 세 가지 주력 품목, 이른바 ‘신3양(新三樣)’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관영언론도 쇼트폼 드라마가 국제사회가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채널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는 최근 “쇼트폼 드라마는 진지한 감정 이야기로 국제사회의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야 한다”며 “중국을 해석하고 세계를 감동시키는 것이 쇼트폼 드라마의 해외 전파가 실현하려는 목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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