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최고데이터책임자(CDO)인 홍원석 디지털혁신실장은 17일 아주경제와 만나 "그동안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 단계를 거쳤다면 올해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한은 업무와 금융·경제에 특화된 AI 언어모형을 중심으로 AI를 본격적으로 실무에 적용해 나가려고 한다"며 "9~10월에 직원들에게 AI 언어모형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은 디지털혁신실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든든한 지원 아래 6개 팀, 1개 반에 구성원 32명으로 성장하며 디지털 혁신을 접목해 한국 경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은 AI 언어모형 플랫폼 출시 외에도 지난해 개발한 금융·외환 조기경보모형을 제2금융권까지 확장해 'BOK 조기경보체계'의 한 축으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홍 실장은 "조기경보모형을 제2금융권까지 확장하고 AI에 기반한 리스크 포착의 정확성과 적시성을 개선하는 작업하고 있다"며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주요 경제변수에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지표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한은에서 이뤄진 데이터 분석 고도화, 통화정책 지원, 내부 행정 효율화 등 AI를 활용한 주요 성과가 있다면.
"한은 데이터 거버넌스 핵심 인프라인 통합데이터플랫폼(BIDAS)에서 R, 파이선(Python), Matlab으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실행할 수 있는 모델 허브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관련해선 '데이터분석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것이 의미가 크다. 한은 각 부서는 각종 모형에 기반해 경제를 전망하는 일을 많이 한다. 조사연구 모형들을 파이선 언어로 표준화하고 코드를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브러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사연구 프로젝트의 협업과 활용된 모형을 행내 직원이 공유하는 깃랩(Gitlab)도 개발했다. 외부 교수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사용한 코드들도 공유되고 있다. 데이터처리 인프라 측면에서는 고빈도·실시간·대용량 데이터의 입수·전처리·저장이 가능한 빅데이터 시스템인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했고 이를 인공지능과 연계 활용하는 AI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들도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협업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동산 실거래 가격지수 모델 개발이 대표적 사례다. 디지털혁신실은 2023년 월 단위 부동산 데이터 기반 주택가격 예측모델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수형 금통위원이 주간 단위로 개발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면서 데이터 주기를 개선했다.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주요 경제변수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통위원들도 금융경제 동향 파악과 예측 정도에 적시성을 높이기 위해 AI 활용에 관심이 높아졌다. 디지털혁신실은 금융·경제 분석에 유용한 대체 데이터, 경제주체별 미시데이터를 발굴해 AI를 접목한 분석기법을 강구하고 있다. 일례로 네이버 쇼핑몰의 품목별 데이터, 가격 정보 등을 활용해 인플레이션 보조 지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협의 중이다. 이 밖에 모빌리티 데이터, 전기 소모량 등처럼 간접적으로 시장 동향이나 경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발굴해 보려고 한다."
-실시간 인플레이션 전망, 데이터 기반 금융·외환 조기경보모형 등 관련 'BOK이슈노트'를 발표해왔는데 실제 정책 참고자료로 활용된 사례가 있다면.
"앞서 BOK 이슈노트로 발간된 실시간 인플레이션 전망, 금융·외환 조기경보모형은 BIDAS에서 운영 중이며 관련 부서와 금융통화위원회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금융·외환 조기경보모형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올해 'BOK 조기경보체계'의 한 축으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조기경보모형을 제2금융권까지 확장하고 AI에 기반한 리스크 포착의 정확성과 적시성을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은 금융시장국, 금융안정국 등 유관 부서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협업해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예정이다."
-챗봇 '복실이'에 대해 소개한다면.
"당초 복실이는 한은 지역본부에서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잇따라 퇴직하게 되면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시작했다. 그런데 본부 부서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은 내 모든 법령, 내규, 지침, 업무매뉴얼 등을 추출형, 생성형 AI를 통해 질의응답할 수 있는 행정업무 내부망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길게 보면 한은이 개발하고 있는 'AI 언어모형' 내에 녹아들어 챗봇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생성형 AI 모델인 '한은 AI 언어모형' 개발 현황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를 기초 모델(foundation model)로 활용하고 있다. 한은 특성상 정보 유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자료에 기반한 AI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한은에서 생산하거나 보유하는 제반 데이터, 문서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시켜 한은의 도메인 지식과 경제·금융 분야에 특화된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가 중학생 수준이라면 중학생을 데려와서 한은에서 생산한 문서와 보유한 자료로 과외를 열심히 시키는 셈이다."
-한은 AI 언어모형의 향후 로드맵은.
"단기적으로는 언어모형을 사용해 업무용 챗봇, 자료검색 및 요약, 자연어 기반 데이터 분석 등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은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다 검색해서 거기에 맞는 분석을 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그래프까지 그려주는 모든 것을 하나의 스트림으로 처리해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9~10월에 직원들에게 AI 언어모형을 오픈해 올해 하반기부터 한은의 모든 업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각 부서의 업무 전문성에 특화된 AI로 좀 더 세분화하고 개별 직원을 위한 맞춤형 '1인 1 AI 어시스턴트'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한은이 개발하고 있는 금융·경제 특화 AI모델이 정착되면 AI훈련에 활용된 학습데이터를 대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한은 AI언어모형 도입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한은에서 지향하는 기술은 직원 개개인의 에이전트로서 역할을 하는 AI다. 사전에 결정된 업무처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 활용, 분석 등을 필요한 최적의 조치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야기한다. 상당 부분의 업무프로세스를 몇 개의 명령 조합으로 자동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업무 보조 인력을 고용해 업무 처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기 본연의 업무 수행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한 차원 높은 가치의 직무를 고민하고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될 수 있다."
-생성형 AI 모델은 할루시네이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되는데 해결 방안은.
"기술적으로는 검증된 데이터 내에서만 답변을 생성하도록 하는 검생증강 생성형(RAG) AI 기술을 활용하려고 한다. RAG 기반 AI에 신뢰도 높은 데이터로 학습시키기 위해 한은이 생산하는 대내외 보고서, 논문, 연구자료들을 기계판독이 가능하고 구조화된 텍스트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한은 조직 내 독립적인 검증조직, 일명 '레드팀'을 설치할 예정이다. AI 모형의 개발, 튜닝, 활용 및 산출물 검증 등 AI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준과 체계이자 큰 틀에서 보면 AI 거버넌스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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