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는 장기신용등급을 부여받지 못해 자금 조달을 위해 단기자금 시장을 활용해 왔다. 문제는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지난해 말부터 늘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에는 그 규모를 더욱 늘렸다. ABSTB 투자자들은 신용등급 하락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1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 새 가장 큰 규모다. 홈플러스가 이달 4일 기업회생을 신청한 점을 고려하면 직전까지도 ABSTB를 찍어낸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의 ABSTB 잔액은 4618억원, CP 및 전단채 잔액은 1880억원이다. 홈플러스는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이력이 없다. 공모채 발행은 2009년이 마지막이다. CP는 이사회 의결, 증권신고서 제출 등이 필요 없어 자금 조달에 용이하다.
홈플러스의 ABSTB는 신영증권이 발행을 단독으로 주관했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ABSTB 발행은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은 3608억원으로 전년 동기(2670억원) 대비 35% 늘었다. 증가 속도가 빨라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정점을 찍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가 지난해 말부터 ABSTB 등 발행을 확대한 것을 두고 그보다 먼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 회생 신청을 계획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과거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기업들과 오너들은 처벌을 받았다. 2011년 LIG건설은 회생절차 신청 열흘 전까지 2151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했다. 고(故)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구본상 LIG그룹 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에는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을 숨기고 동양증권을 내세워 1조3000억원대 CP와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징역 7년을 복역하고 2021년 만기 출소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서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은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현금 유입 없이 상환우선주(RCPS)를 자본으로 전환하면서 부채비율을 개선했다"며 "현금 흐름이 부족하고 전단채 규모가 증가해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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