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내려오면서 향후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달러 강세 등 원화 약세 요인에도 달러 수급 여건 개선에 힘입어 원화 가치가 오히려 강해지는 모습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9원 오른 1468.5원이었다. 이날 하락 출발한 환율은 달러 매수세와 외국인 주식 매도 등이 겹치며 상승했다. 최근 환율은 지난 24일 약 두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간 뒤 최근 들어 1450원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고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며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달러 강세 흐름이 나타났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4일 장중 한때 4.71%까지 오르면서 1년 6개월 만에 4.7%를 돌파했다. 국제유가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소식에 전쟁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갈등 재점화에 다시 90달러를 넘기는 등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이 무력 공방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양측이 공습을 재개할 수 있고 호르무즈 해협 뿐만 아니라 홍해 일대에도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에너지 공급망이 막힐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원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 자체의 약세보다는 국내 외환 수급 개선이 원화 강세를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대외 변수보다 기업들의 환전 수요 확대,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 진정, 내외금리차 축소 등 국내 펀더멘털과 외환시장 수급 개선에 기안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흐름이 완화되고,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성장률 전망 상향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가 축소된 점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SK하이닉스 ADR 관련 원화 환전 수요 기대와 중공업체들의 선물환 매도 확대 등으로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환율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오는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울 만한 신호가 나올 경우 달러 강세가 재개되며 원·달러 환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를 내놓는다면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 증폭과 FOMC 회의 이후 연내 금리 인상 기대감 강화는 환율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74.9%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원화 강세가 장기 추세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위해서는 반도체 성장 구조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성장 동력이 확산되고 국내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해외 자산보다 우위를 유지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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