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내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고부가가치 메모리반도체 공급 지연과 중국의 거센 추격 등 대내외 악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회장 메시지를 공유했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의 부진과 관련해 "위기임을 인정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자"고 주문한 것과 비교해 수위가 높아졌다.
삼성전자 핵심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AI) 호황에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기술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할 5세대 HBM3E 품질 검증 절차를 1년 넘게 밟고 있으나, 아직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은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며 글로벌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 2위인 삼성전자는 8.1%였다.
이런 리스크는 실적 전망에 반영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5조2901억원 수준이다.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도 돌파구가 절실하다.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한 애플과 가성비를 앞세운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브랜드 사이에서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악전고투 중이다. 폴더블폰 등 신기술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시장 확대는 기대 이하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3년 19.7%에서 지난해 18.3%로 떨어졌고, TV 점유율은 30.1%에서 28.3%로 하락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강화 역시 부담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드라이브를 걸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 운영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미국 반도체 공장 설립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였지만 관련 보조금 폐지 가능성과 생산비용 증가 등에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제시한 '생존' 키워드는 최근 내놓은 메시지 중 가장 강도가 높아 보인다"며 "향후 전략적 투자와 위기 돌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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